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지방정부 산하기관장 교체도 잇따를 전망이다. 단체장이 바뀌면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도 함께 끝나도록 한 ‘임기연동 조례’가 일부 지방정부에서 본격 적용되기 때문이다. 임기 말 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과 새 단체장·산하기관장 간 정책 기조 엇박자를 줄이려는 취지다.
2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단체장-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연동 조례 분석’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 지방정부 가운데 관련 조례를 둔 곳은 모두 22곳이다. 광역단체는 9곳, 기초단체는 13곳이다. 이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로 단체장이 교체돼 실제 조례가 적용되는 곳은 광역 6곳, 기초 7곳 등 13곳으로 분석됐다.
이들 13개 지방정부 산하 출자·출연기관은 행정안전부 지방공공기관 통합공시 시스템인 클린아이 공시 기준 125곳이다. 다만 상위 법령에 임기가 따로 정해진 지방연구원·지방의료원·사회서비스원과 주주총회에서 기관장을 정하는 출자기관 등을 제외하면 실제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곳은 87곳 안팎으로 추산됐다.
임기연동 조례는 단체장이 새로 선출되면 출자·출연기관장의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신임 단체장 임기 개시 전날 기관장 임기가 끝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조례는 행정 공백을 막기 위해 인수위원회 요청이 있을 경우 후임 기관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례가 처음 도입된 곳은 대구시다. 홍준표 대구시장 시절인 2022년 7월 ‘정무·정책보좌공무원,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가 제정됐다. 당시 대구시는 정무직과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시장 임기와 일치시켜 알박기 인사 논란과 시정 운영의 엇박자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관련 조례는 전국으로 확산돼 22개 지방정부로 늘어났다.
이들 지방정부 중 단체장이 연임한 곳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번에 기관장 교체가 예상되는 광역단체는 부산·대구·대전·울산·경기·충남 6곳이다. 경남은 관련 조례가 있지만 단체장이 재선돼 조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인천은 조례 시행일이 2026년 7월 1일이어서 이번에는 적용이 어렵고, 광주는 전남과 통합되면서 변수로 남았다.
기초단체에서는 경남 창원시, 전북 군산시, 경기 군포시·오산시·이천시, 경남 밀양시·남해군 등에서 단체장 교체에 따라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종료가 예상된다. 창원시는 2024년 7월 별도 조례를 제정했고, 군포시와 오산시 등은 기존 출자·출연기관 운영 조례에 임기연동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했다.
인천은 조례의 필요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시는 지난해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시장 임기와 맞추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시행일을 2026년 7월 1일로 뒀다. 또 시행 전 임명된 기관장은 기존 임기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말 선임된 기관장들은 새 시장 취임 이후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편 제도가 새 단체장의 인사권 확대 수단으로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장이 한꺼번에 교체되면 장기 추진이 필요한 문화·복지·산업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고,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관장까지 중도에 임기를 마쳐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신임 단체장이 기관장 인사를 통해 보은 인사 논란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조례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서연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 결과와 산하기관장의 임기 불일치로 인한 정책 엇박자와 행정 공백은 오랜 기간 행정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현재 22개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이를 해소하려 하고 있으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