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소외됐던 분야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주였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와 AI 인프라 기업들이 시장의 중심에 서는 동안, 사이버보안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시장에서는 “생성형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모델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CNBC는 19일(현지시간) 이들 종목을 “2026년 시장의 대표적인 낙오주(dogs)”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주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이란 전쟁 관련 충격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S&P500이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주도 함께 반등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들어 한때 주가가 약 20% 하락했지만, 지난주에만 13% 급등했다.
크리스천 매군 앰플리파이 ETF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사이버보안 업종은 AI 관련 헤드라인의 피해자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소프트웨어보다 AI 인프라, 반도체, 대형 기술주 일부로 자금을 옮기면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시장의 자금 흐름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이버보안 ETF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글로벌X 사이버보안 ETF(BUG)는 올해 들어 약 12% 하락했지만 지난주 12% 반등했고,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 ETF(CIBR)도 연초 대비 6% 하락 상태에서 최근 일주일 동안 9% 상승했다. BUG의 주요 편입 종목은 팔로알토네트웍스, 포티넷, 아카마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이다.
월가에서는 “소프트웨어 종말론”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리스의 기술 담당 애널리스트 브렌트 틸은 CNBC 인터뷰에서 “소프트웨어는 죽었고, 앤스로픽과 오픈AI가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주에 대한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소프트웨어 비중을 낮게 유지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재진입보다는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빅쇼트’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도 최근 서브스택에서 소프트웨어주에 대해 다시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급락이 주가 하락과 회사채 시장의 압박이 서로 영향을 주는 ‘되먹임 현상’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지나친 매도가 오히려 투자 기회를 만들었다는 시각이다.
매군 CEO 역시 “일부 하위 업종이 10% 이상 하락하면 역발상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종목은 대개 가장 덜 사였던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계론도 여전하다. 그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역사적으로 큰 조정이 자주 발생했다며 “지금이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반등은 단순한 기술주 순환매라기보다, AI 기대가 지나치게 일부 업종에만 집중됐던 흐름이 다시 조정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AI 시대에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밸류에이션과 성장 기대가 다시 현실적인 수준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