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당권 경쟁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지방선거 평가 등 주요 쟁점에서 당권 주자들이 현격한 인식차를 보였다.
지난 6일 김민석 전 총리가 대표 출마를 선언한 후 8일 송영길·고민정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연임 도전이 유력한 정청래 전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일정이 끝나는 오는 11일 이후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보미 전 강진군 의원도 당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차례 후보를 추리는 예비경선(컷오프)이 치러질 가능성도 커졌다.
당권 주자들은 출마선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전당대회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6.3 지방선거 평가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대 1, 3대 1로 싸우면 흠씬 두들겨 맞는다. 많이 아프다”고 적었다. 김민석·송영길·고민정 등 당권주자들이 출마선언문에서 정청래 지도부가 주도한 지난 1년간 집권당 운영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자기 정치’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쟁점 현안에 대한 시각차를 보였다. 정 전 대표는 “항상 당정청 원팀·원보이스를 주장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면서 “당직 인선에서 탕평책을 쓰고 단독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당의 단합을 위해 평지풍파를 경계했다”고 했다.
또 “만약 조국혁신당과 합당했다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김 전 총리는 8일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 전 대표가 시도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방식을 두고 “폭탄 선언식으로 해 일을 그르쳤다”, “과욕이었다”고 직격했다. 송영길 의원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승리의 외피를 쓴 패배”로 규정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면서 정 전 대표와 전혀 다른 인식을 내비쳤다.
김 전 총리와 송영길·고민정 의원은 청년 관련 대책도 내놓았다. 김 전 총리는 7일 엑스(X·구 트위터)에서 “나라와 당의 미래도 청년들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청년 최고위원이 필요하다”면서 “더 젊은 민주당, 다시 이기는 민주당, 청년과 함께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청년·신혼부부 대출규제 완화, 세분화된 전월세 대책, 반도체 초과세수의 청년 투자 등을 공약했고, 고 의원은 청년 당직 할당제와 당대표 직속 ‘청년미래위원회’ 신설을 내걸며 세대교체론을 강조했다.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는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당권 주자들은 전날 전당대회준비위가 차기 당 대표 선출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준비위가 결정한 당 대표 결선 선호투표제 도입과 관련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이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면서다. 정 전 대표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무엇을 할 수 없듯이 당헌·당규를 위반하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밝혔다.
선호투표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반청’(반정청래) 구도를 형성한 송 의원과 김 전 총리 간의 자연스러운 단일화 효과가 나타나 정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유불리에 따라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리는 “원칙적으로 당이나 전준위에서 룰이 정해지면 유불리를 떠나 그대로 존중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두 사람 다 좋은데 누구를 찍을까, 사표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던 유권자의 고민을 해소하게 됐다”며 선호투표제 도입을 반겼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