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뉴욕증시의 강한 상승세에 힘입어 월가 대형은행들이 2분기 일제히 ‘깜짝 실적’을 거뒀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의 거래와 헤지 수요가 늘어난 데다,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 대형 자본시장 거래도 잇따른 것이 수익을 끌어올렸다.
14일(현지시간) 각사 실적 자료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2분기 순이익은 212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1% 증가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카드사 비자 지분과 관련한 이익 46억달러 등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지만, 이같은 지분투자 이익 등을 제외해도 순익은 13% 늘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위험회피 수요 증가로 JP모건의 트레이딩 수입은 121억달러로 35% 증가했다. 투자은행 부문 수입도 주식·채권 발행 수수료 증가에 힘입어 45% 늘어난 39억달러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66억달러로 약 80% 급증했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이다. 주당순이익은 20.98달러로 전년 동기의 10.91달러보다 두배 가까이 뛰었다.
투자은행 수수료 수입은 34억달러로 55% 늘었고, 주식 트레이딩 수입과 채권·통화·상품 거래 수입은 각각 72%, 32%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스페이스X의 사상 최대 규모 IPO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유상증자 등 대형 자금조달 거래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AI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여러 해에 걸친 투자 사이클이 기업들의 전략적 거래와 자금 조달, 자본시장 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대형은행들도 호실적을 냈다. 씨티그룹의 순이익은 58억달러로 45% 증가했고, 투자은행 부문 호조에 힘입어 매출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수준을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트레이딩과 인수·합병 자문 사업의 성장으로 순이익이 27% 늘어난 사상 최대 91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식 트레이딩 매출은 70% 급증한 36억달러에 달했다. 웰스파고의 순이익도 64억달러로 17% 늘어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2분기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유가 급등에도 AI 관련주에 대한 낙관론에 힘입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5%, 21% 올라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고객들의 거래와 위험회피 수요가 늘면서 대형은행들의 트레이딩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금은 거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유가 충격이 발생했지만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버텼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의 에너지 비용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3년과 1980년 석유 위기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당시의 10~33%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산업과 에너지원이 다변화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다이먼은 지정학적 긴장과 전쟁,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 높아진 자산 가격 등이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한계가 과거보다 멀어졌을 뿐이라며, 여러 위험이 한꺼번에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