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기기 업체 스트라이커가 친이란 성향 단체와 연계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당한 뒤 현재까지도 시스템 복구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채 피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연매출 25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스트라이커는 공시를 통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운영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완전한 복구까지 걸리는 시간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자정 무렵 전개됐다. 당시 직원들은 눈앞에서 시스템이 하나씩 다운되는 모습을 지켜봤고, 데이터를 살리기 위해 일부 장비의 전원을 급히 차단하려 했다. 일부 사무실에서는 컴퓨터와 기기의 최대 95%가 초기화됐다.
회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이 “자사의 마이크로소프트 환경 전반에 걸친 글로벌 네트워크 장애”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사내 메모에서도 회사는 이번 공격으로 자사 네트워크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번 작전으로 20만 대가 넘는 시스템·서버·모바일 기기가 초기화됐고, 50테라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충격은 현장에도 고스란히 번졌다. 이번 사안을 잘 아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스트라이커 직원 상당수가 업무를 하지 못해 귀가 조치됐고,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스트라이커 네트워크나 소프트웨어에 접속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부 직원들은 이번 공격의 여파로 자신들의 기기에서 데이터가 삭제되는 일도 겪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공격의 배후로는 친이란 성향의 디지털 활동가 단체 ‘한다라(Handala)’가 지목되고 있다. 이 단체는 11일 온라인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이란 학교 폭격 의혹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또 “사이버 전쟁의 새로운 장”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동 공습 이후 미국 기관이 겪은 첫 대형 사이버 교란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회사와 사이버 보안 당국 모두 이번 사건의 배후가 이란계 단체라고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다.
한다라는 스트라이커가 이스라엘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공격 이유로 들었다. 스트라이커는 2019년 이스라엘 기업 오소스페이스를 인수했고, 미군과도 협력 이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미 국방부에 의료기기를 공급하는 4억5000만달러 규모 계약을 따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잠재적 사이버 위협을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 법 집행 기관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스트라이커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 증시에서 스트라이커 주가는 침해 사실이 전해진 26일 3.6% 하락한 345.78달러에 마감했다. 스트라이커는 정형외과, 수술 도구, 신경기술, 척추 제품을 비롯해 응급의료 서비스와 중환자 치료용 일회용 장비를 생산하는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한국을 포함해 61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하며, 연간 매출은 약 250억달러, 시가총액은 약 1320억달러 수준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