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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된 가운데 5월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4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1%로 시장 예상치인 0.7%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2년 11월(7.4%)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실제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0.7% 급등했다. 휘발유 가격도 한 달 새 23.4% 치솟아 전체 재화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류비와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다. 거래 서비스를 포함하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만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9% 각각 상승했다.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이 전월 대비 2.8% 올라 2009년 12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상승분의 80%는 전월 대비 10.7% 오른 에너지 가격에서 기인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23.4% 급등하며 전체 최종 수요 재화 가격 상승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다. 반면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받는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거래(trade) 서비스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1% 하락한 게 운송·창고 가격 상승(2.6%)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특히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4.8% 오른 게 전체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 상승에 40% 이상을 차지했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4.2% 올라 3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도 기록적인 오름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결과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미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감안할 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압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약 30%,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69%로 반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예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목표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해체에 있으며 이번 MOU는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병행해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충돌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 군사시설과 전략 인프라를 집중 타격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크게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자신보다 더 합의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힘의 우위를 협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사이의 간극이다. 이란은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 의도는 부인하면서도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핵무기 포기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면서 핵무기를 언제든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합의에 우라늄 농축시설 해체, 농축우라늄 제거, 미사일 생산 제한,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는 이란이 수십 년 동안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추진해 온 핵 프로그램의 근간을 포기하는 문제다. 향후 협상이 훨씬 복잡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지원 중단 역시 이란의 중동 전략 전체를 재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번 MOU가 체결되더라도 가장 어려운 협상은 그 이후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휴전 연장과 해협 개방은 상대적으로 합의가 쉽지만 핵시설 처리와 역내 안보 질서 재편은 양측이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이 중동 동맹국들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조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역내 주요 국가 정상들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란 최고지도부가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 의향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메모리칩 가격을 밀어 올리며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AI가 미국 경제 성장과 증시 랠리의 동력으로 꼽히는 동시에, 반도체와 전력, 노동시장 비용을 자극하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중소기업 대상 정보기술 지원업체 치퍼댄어긱을 운영하는 크리스 바버는 6개월 전 100달러였던 램(RAM) 칩이 최근 300달러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 가격이 완전히 통제 불능”이라며 “내가 본 가격 상승 중 최악”이라고 했다. 램 가격이 6개월 만에 세배로 뛰면서 차라리 새 컴퓨터를 사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급등의 배경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메모리칩을 필요로 하고, 이 수요가 램을 직접 사들이는 업계 사업자들의 구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메모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동차 등 소비재 전반에 들어가 파급 효과가 크다.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지난달 4.2%(전년동월대비)로 2023년 봄 이후 처음으로 4%를 다시 넘어섰다. 주된 원인은 미국의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지만, AI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발전으로 통상 가격이 내려가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부속품 가격은 5월 전년동월대비 14.5%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 단계의 전자부품 가격은 27% 급등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메모리 공급 압박이 완화되기 전까지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을 0.4%p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수천 개 메모리 키트를 분석한 결과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23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영향은 내년 2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과 노동시장도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며 전기요금 상승 압력이 커졌고, 건설 현장에서는 전기기사와 냉난방공조 기술자 수요가 증가했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맥엘로이 매뉴팩처링은 AI 인프라 투자 덕분에 성장의 절반가량이 발생했고 직원 수가 600명을 넘어섰지만, 용접공과 기계공, 조립 기술자 등 최대 60명을 더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맥엘로이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 시장은 분명히 호황"이라며 "초임도 1년 전보다 확실히 올랐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로스 울프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붐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자극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을 통한 물가 둔화 효과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초기 AI 붐은 분명히 물가 상승 요인”이라며 반도체, 에너지, 노동 비용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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