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국가안전대진단으로 해법 찾는다 ①

'대한민국 안전' 정부·국민이 함께 살핀다

2014-10-24 00:00:01 게재

2~4월은 전국 동시 안전대진단 … 위험요소는 주민요구 전에 점검

세월호참사를 비롯해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까지 최근들어 잇단 인재가 줄을 이으면서 대한민국은 21세기에도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관과 기업 국민들이 힘을 모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일신문은 안전행정부와 함께 국가안전대진단의 필요성과 방향을 세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 장성 요양병원 화재,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안전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다.

정부는 안전사고 예방과 대응력 강화를 위해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일상적인 안전점검과 함께 전국 동시다발 안전점검을 매년 정례화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국민들 안전의식과 생활 속 실천율을 높일 방침이다.

◆30년 이상 기반시설 9.6% = 대형 안전사고는 늘고 있지만 추가적인 위험요소는 만만찮다. 1970~1980년대 고속성장 시기에 설치된 교량과 터널 항만 등 국가 기반시설이 안고 있는 위험요소부터 적지 않다. 2014년 현재 국가 기반시설 10곳 가운데 한곳 가량(9.6%)이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다. 10년 뒤에는 5곳 가운데 한곳 이상(21.5%)으로 늘어난다.

2006년 기준이긴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안전사고 사망자 수는 60.6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가운데 헝가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일본 41.5명, 독일 30.6명, 네덜란드 25.8명과 비교하면 두배 넘게 차이가 난다. 산재로 인한 근로자 사망자 수는 2009년 기준 1만명 당 10.1명. 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가운데 세번째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안전사회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시설물 안전수준에 대해 10점 만점에 5.3점으로 선진국(7.8)보다 크게 낮다고 평가했다. 우리사회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평가했다.

반면 생활 속 실천은 다른 얘기다. 재난사고 예방교육 필요성은 대부분(98.7%)이 공감하고 있지만 실제 교육 참가자는 36%에 불과하다. 특히 20대와 학생층은 10명 중 7명 가까이(67.5%)는 승용차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8명 이상(81.9%)은 비상구가 없는 노래방도 그냥 이용한다고 답했다. 정부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이 공공의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지난 14일 열린 안전대진단 국민확산대회 행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두번째)와 이성호 안전행정부 2차관(총리 뒤), 홍종호 청소년 안전모니터봉사단 대표, 양효진 어린이 안전학교 회장,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 중앙회장, 문 운 모범운전자회 연합회장 등이 안전신고 활성화를 위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안전행정부 제공


◆국민 모두가 안전지킴이 = 정부는 지난 14일 중앙부처 중심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위원에 민간과 공공기관 지자체까지 포괄한 52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고 '국가안전대진단'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안전대진단 핵심은 회의 참가자 범주에서 알 수 있듯 중앙부처는 물론 공공·민간기관 지자체는 물론 전 국민이 '안전지킴이'가 된다는 데 있다.

국민들 역할은 생활 속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발견될 때 즉각 신고하는 일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각 부처 안전신고 기능을 한 데 모은 '안전신고 통합포털'을 구축하기로 하고 우선 국민권익위원회와 안행부 누리집에 안전신문고를 개설, 운영 중이다. 국민들이 위험요소를 신고하면 담당 공무원은 실명으로 7일 이내에 답변을 하고 시급한 사안은 현장점검반에서 신고 즉시 처리한다. 안행부 안전신고관리단에서 답변·처리상황을 총괄 관리한다.

안전신문고 개통 한달만에 239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그 가운데 149건을 처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산업용 가스 배달·판매업체에서 검사기간이 지난 뒤 재검사를 않은 배달용기를 사용하고 위험지역인데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지 나흘만에 현장점검단을 꾸려 불시에 점검, 행정처분을 내렸고 11월에는 관련 업체를 전수점검하기로 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시화조력관리단에서 전망대 비상계단 통로에 의자와 물품상자 등을 보관한다는 신고가 접수된 뒤에는 소방관이 직접 출동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장애물을 제거했다. 안행부는 "전 국민의 참여 하에 사회 전 영역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 민간의 창의와 집단지성을 활용한 국민참여형 모범을 구축하겠다"며 "국민 신고·제안을 빅데이터화해 예산과 법·제도개선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전점검 전문성 높인다 =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 육안점검에 의존하고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 기관별로 빈번하고 중복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간 지적돼온 정부 주도 안전점검의 한계도 벗는다. 당장 올해 말까지 민간이 참여하는 합동 안전진단을 추진한다. 예비비 197억원을 투자해 저수지와 급경사지 도로·철도교량 항만·어항 등 낡은 시설물에 대한 긴급 정밀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학교와 주변은 안전신문고를 통한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요구에 맞춰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매년 2~4월 전국에서 동시에 일제 안전점검을 한다. 시설물은 물론 위기관리지침과 교육·훈련 등 안전관리 실태 전반이 점검 대상이다. 점검주체에 따라 자체점검 민관합동점검 정밀안전점검 3단계로 나눠 살핀다. 해빙기나 봄·가을 행락철 등 사고가 잦은 시기에는 부처별 지자체별로 수시 안전점검을 진행한다.

안전점검 결과를 정부부처와 지자체에서 즉각 반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도 꾸렸다. 중앙정부에는 안행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29개 부처 차관급 공무원과 권익위 부위원장, 4개 공공기관장, 민간전문가 12명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전담반(TF)이 있다. 국민신고와 안전진단 결과, 보수·보강에 대한 예산지원, 불합리한 제도개선 등을 논의·확정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안전정책조정회의와 연계해 분기마다 전담반 회의를 열고 수시 실무위원회를 열어 실행력을 높일 방침이다.

지방에는 시도별 지역안전관리추진단을 구성 운영한다. 시도 부단체장을 단장으로 3개 팀을 꾸려 지자체 소관 국민신고사항을 관리하고 안전취약요소를 단계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안전산업 육성기반 마련 = 정부는 안전대진단이 안전사고 예방, 체감안전도 향상과 동시에 관련 산업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험요소를 분석해 정책수요와 함께 위험시설 개선과 관련한 투자수요를 파악하고 공공·민간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9월 산업부와 안행부 등이 참여하는 안전산업육성지원단을 구성해 안전산업 실태조사와 추진과제 발굴 등에 나섰다. 민간 정책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 등 전문가 자문단도 꾸렸다. 올해 말이면 안전산업육성 종합계획이 나오게 된다. 이성호 안행부 차관은 "안전신고·안전점검을 거쳐 위험시설 개선에 우선 투자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면 안전산업 시장기반이 확대된다"며 "국가안전대진단은 우리 경제 선순환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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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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