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국가안전대진단으로 해법 찾는다 ②
생활 속 위험요소, 신문고 두드리세요
안전신고관리단 꾸려 상시점검 … 현장점검·처리·답변까지 1주일
세월호참사를 비롯해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까지 최근들어 잇단 인재가 줄을 이으면서 대한민국은 21세기에도 '사고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관과 기업 국민들이 힘을 모은 국가안전대진단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일신문은 안전행정부와 함께 국가안전대진단의 필요성과 방향을 세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지난달 17일 안전행정부 누리집과 연동된 안전신문고에 "원효대교 남단 구조물이 이탈되고 있다"는 신고와 함께 공사 자재가 다리 상판 아래쪽에 매달려있는 위험천만한 사진이 접수됐다. 안행부 안전신고관리단에서 수소문한 결과 보수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설치했던 목재 구조물 가운데 일부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당장 임시 안전시설을 설치한 뒤 22일 서울시 도로사업소, 당시 유지보수업체 관계자와 현장점검에 나섰다. 그리고 이틀 뒤 작업차량 등을 동원해 위험한 나무 구조물을 제거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김범석 안전신고관리단장은 "해당 지점은 공연장과 관람계단이 설치돼있는 한강공원으로 시민들 방문이 잦은 곳"이라며 "만에 하나 자재가 떨어졌으면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운영 한달만에 229건 처리 = 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구조물을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설한 안전신문고가 한달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 안전신문고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전문가가 함께 진행하는 국가안전대진단과 연동되는 또하나의 안전 잠금장치. 주민들이 일상에서 발견되는 위험 징후를 신고하면 관련 기관에서 즉각 점검에 나서는 형태다.
안전행정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중앙정부 각 부처는 물론 지자체 누리집을 통해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면 7일 이내에 답변이 돌아온다. 도로·맨홀 파손이나 도로구조 개선, 학교 주변 위험 시설 등 각종 시설물 안전에 대한 신고, 안전과 관련된 제안 등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다.
9월 30일 개통한 이후 한달간 317건에 달하는 안전신고와 개선요구사항이 접수됐다. 교통 106건(33%) 시설 69건(22%) 생활 31건(10%) 학교 29건(9%) 등이었다. 인도쪽으로 기울어진 가로수, 통신맨홀 덮개 파손부터 원효대교 사례처럼 공사 자재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곳, 폭우로 준설토가 쌓여 맨홀이 막히는 등 자칫 인명·차량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 가운데 교통 77건(35%) 시설 53건(23%) 학교 25건(11%) 등 229건이 처리 완료됐다. 벌써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낸 사례도 있다. 지난달 22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 사는 주민이 14가구가 사는 빌라 지상 주차장에 설치된 액화석유가스탱크 안전시설이 미비하다는 신고를 해왔다. 주민들이 난방과 취사에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를 저장하는 탱크인데 펜스나 방호벽같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어 자칫 차량과 충돌해 폭발위험이 있다는 호소였다. 저장탱크에는 컨트롤박스까지 설치돼있어 더 불안한 상태였다.
안전신고관리단은 완도군 가스공사와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현장확인에 나섰다. 이는 업체가 제도의 사각지대를 노린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가스가 들어가기 어려운 도서지역 등에 설치하는 1톤 미만 저장탱크는 주민 편의를 위해 펜스나 방호벽 등 안전장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이를 이용해 부러 1톤 미만으로 설치했던 것이다. 업체를 통해 즉각 안전펜스를 설치했고 완도군은 이달 지역 내 전체 소형저장탱크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안행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는 1톤 미만 소형저장탱크까지 안전장치 설치 의무대상을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산자부는 실태조사와 관련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관련 기준을 보완할 방침이다.
◆'안전' 꼬리표 붙은 업무는 우선 처리 = "사실 전에는 안전신고가 들어와도 그에 대한 답변만 했지 중간에 점검·관리하는 기능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안전신문고에 신고한 내용은 '안전'이라는 붉은 꼬리표를 붙여 각 기관에서 처리하도록 하는데 최우선 처리업무로 분류됩니다."
김범석 안전신고관리단장은 "그만큼 담당 공무원들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신문고가 개통 한달만에 국민들 '안전지킴이'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행부 안전신고관리단은 안전신고 접수부터 처리까지 실시간 점검하고 관리하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 안전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서 파견나온 공무원 11명이 분야별·권역별 안전신고를 담당하는데 주요 사안은 합동점검반을 꾸려 직접 현장점검에 나선다. 지방에는 각 지자체 소관 안전신고를 담당하는 지역 안전추진단이 있다.
업무처리 속도는 그만큼 빨라졌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시화조력관리단에서 전망대 비상계단 통로에 물품상자를 보관하는 건 물론 탁자를 설치해 임시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을 때다. 안산소방서에서 긴급 출동해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조치했고 이후 피난시설에 물건을 쌓아두는 불법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만약 자체 점검만 했다면 적정한 공간이 마련될 때까지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을 미뤘을 가능성도 있다"며 "관련 기관, 필요하면 민간 전문가까지 함께 점검에 나서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신고사항은 세 번에 걸쳐 검토한다. 해당 기관에서 답변을 하더라도 안전신고관리단에서 재검토 요청을 하고 예산이나 제도개선 등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한 사안은 '개선 권고'를 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안전신문고를 보완해 안전신고 통합 포털을 구축할 계획이다. 단순한 신고접수 창구에서 한걸음 나가 안전제안을 접수하고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등 안전과 관련된 소통창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인터넷 환경에 친숙하지 않은 경우 정부 민원전화(110)로 신고하면 안전신고관리단에 자동 접수된다. 주민들 신고·제안과 처리 내용은 데이터베이스화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김범석 단장은 "우수 신고자에게는 감사장이나 정부포상 수여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라며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국가안전대진단과 함께 국민 신고가 활성화된다면 안전망이 더 촘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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