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섬과 인근 무인도 묶어 다양한 보전·이용 방안 검토”

2024-11-27 13:00:06 게재

조사·교육 바탕으로 특별한 무인도 가치 체험 … 해수부 “더 많은 기회 제공 위해 노력”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는 8월부터 ‘무인도 가치 재발견, 나와 대한민국이 더 커집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무인도 라이브’ 사업을 진행했다.

무인도가 가진 안보와 관광, 생태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각 부문에 적합한 활용 방식을 찾고 이를 확산해 가자는 취지다. 내일신문은 영해기점인 서격렬비도, 국민탐사단이 참여한 3곳의 무인도 체험, 생태가치의 보고인 통영 홍도 탐사 등 그 전 과정을 함께 취재했다. 5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와 내일신문이 진행한 ‘무인도 라이브’ 사업이 막을 내렸다. ‘무인도 가치 재발견, 나와 대한민국이 더 커집니다’는 슬로건으로 45명의 국민탐사 체험단을 모집했는데 744개팀 1430명이 신청해 무인도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12일 내일신문 본사 편집국 대회의실에서 해수부,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 무인도섬테마연구소, 전국지리교사모임,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이 모여 ‘무인도 가치 재발견 사업 결산 간담회’를 진행했다.

표희수 내일신문 본부장의 사회로 임채호 해수부 해양영토과장, 오강호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장, 윤승철 무인도섬테마연구소 대표, 박성환 전국지리교사모임 교사,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 등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9월 28일 신안군의 무인도 소룡도를 탐방하는 ‘무인도 라이브’ 참가자들. 소룡도는 ‘응회암 지형의 교과서’로 불린다. 사진 남준기 기자

표희수 = 국민들은 대부분 육지에서 살기 때문에 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방문이 어려운 무인도는 더 그렇다. 해수부는 무인도를 어떻게 보전하고 이용·관리할 계획인가.

임채호 해양영토과장 = 해수부는 무인도, 행정안전부는 유인도를 담당한다. 해수부는 무인도서법을 제정하고 10년 단위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을 세운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2918개의 무인도를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매년 무인도 300곳을 실태조사를 한다. 이 조사는 2027년 정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특히 상징성이 큰 영해기점 섬에 대한 특별관리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무인도 환경정화사업도 하고 있다. 절대보전과 준보전 유형의 무인도 가운데 쓰레기가 많은 섬 100개를 정해서 3년 안에 일괄정화하려 한다. 지자체와 함께 하려고 협의 중이다.

임채호 해양수산부 해양영토과장

사회 = 이번에 국민들이 참여한 무인도 재발견 사업을 직접 해본 소감은

해양영토과장 = 무인도 보전과 이용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국시모와 거문도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했고 올해는 무인도 재발견 등 홍보사업도 했다. 내년에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능하면 무인도가 다시 유인도가 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무인도는 보전할 곳은 보전하고 이용할 곳은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방향이다.

오강호 무인도서센터장 = 국민들은 무인도에 한번쯤 가보면 좋겠다고 동경한다. 하지만 막상 무인도에서 생활하라고 하면 힘들어 한다. 캠핑 등으로 조금씩 알려가야 한다. 올해 사업 시작은 잘 됐다. 방향이 중요하다. 단순한 캠핑이나 여가활동으로 가는 게 아니라 무인도의 가치를 알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 내년에는 이 사업에 지자체가 같이 참여했으면 한다.

오강호 연구센터장

윤승철 무인도연구소 대표 = 무인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많지만 실제 무인도를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일단 무인도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해수부에서 무인도종합정보사이트를 개설했을 때 실태조사에 기반한 많은 정보들이 담겨 있어서 놀랐다. 체험이나 관광 관련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면 더 좋겠다.

일본이나 동남아는 기반시설이 갖춰진 무인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인도였다가 무인도가 된 섬들을 활용하면 된다. 그런 무인도에는 우물이나 선착장이 있다. 근처에 유인도가 있는 섬 등 접근성 안전성 등을 고려해서 하면 좋겠다.

사회 = 무인도가 관광 측면에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나.

윤 대표 = 독특한 체험, 무인도에서만 할 수 있는 많은 활동이 있다. 일반 여행사가 수익 목적으로 하기엔 힘들 수 있다. 접근성, 계절이나 날씨 등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2000~3000여개의 무인도가 있지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해외 무인도를 엮어서 몇년 프로그램을 해봤는데 한계가 많았다.

윤승철 대표

해양영토과장 = 무인도 관리 형태 변경이나 개발계획 승인이 들어오면 전문가 의견 받아서 검토한다. 지자체는 무인도 개발, 섬 소유자는 특정 용도로 쓰겠다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는 무인도에 둘레길 만들고 관광하고 나오는 걸 주로 원한다. 섬 소유자는 리조트 등 사업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대부분 무인도는 육지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는 동경의 대상 같은 섬을 생각하지만 그런 무인도는 개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발할 수 있는 무인도는 육지하고 아주 가까운 곳들이다. 멀리 있는 무인도는 이동할 배편도 어렵고 전기나 수도시설이 없다.

사회 = 현실은 그렇지만 앞으로 구상하는 방향은 어떤 쪽인지

해양영토과장 = 장기적으로 거점 도서(섬)를 검토하고 있다. 거점섬은 유인도가 될 수도 있고 무인도가 될 수도 있다. 현재는 여러 인프라들이 부족하지만 거점섬과 주변 섬들을 묶어 보전과 이용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다.

사회 = 무인도가 가진 해양안보 가치가 중요한데

박성환 교사 = 현 교육과정이 ‘2015 교육과정’이다. 우리나라의 위치와 영역에 대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고등학교에서 이 교과가 빠진다. ‘영해기점’이라는 개념이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대신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강조한다.

영해기점 개념이 교육과정에서 빠졌다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교육콘텐츠 개발에 고민이 필요하다. 무인도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지만 여행지리 정도에서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박성환 교사

사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다수는 ‘대한민국은 해양국가’라고 인식한다.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성환 교사 = 통합사회 교과 10단원에 ‘동아시아 역사 갈등’ 내용이 있다. 독도나 이어도, 중간수역이나 잠정조치수역 등을 소재로 다루기도 한다. 통합사회에서 영해와 영해기점을 가르칠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공통 교육과정이라 모든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다 배우기 때문이다.

관련 콘텐츠들을 잘 개발하면 우리나라 영해에 대한 교육을 그나마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잠정조치수역 중간수역 등 우리나라 주변 바다를 둘러싼 현안도 다루면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통합사회에서 역사지리와 일반사회를 융합시켜 그 영역을 다룰 수도 있다.

해양영토과장 = 해수부는 매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제해양법 관련 토론대회나 모의재판대회를 한다. 우수팀에는 해양수산부장관상을 수여한다. 올해는 중등부 38팀, 고등부 18팀이 참가신청을 하는 등 매년 호응이 좋다.

‘무해통항’이나 ‘영해기점’ ‘배타적경제수역’ 등 해양법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아야 토론이 가능한 주제들이다. 지리적 위치나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이해해야 반대토론이 가능하다. 정규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관심있는 학생들이 참여할 장을 마련하는 계기는 된다.

사회 = 무인도의 영토안보적 가치를 교육과정에 어떻게 넣을지 해수부가 계속 관심을 갖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무인도의 생태가치에 대해 정인철 국시모 사무국장이 짚어주면 좋겠다.

정인철 사무국장 = 남해안 거문도 인근 백도는 경관이 뛰어나 선박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백도에는 상륙할 수는 없지만 경치를 보려고 간다. 내가 태어나서 여기를 언제 또 오겠나, 하면서 가는 것이다. 무인도에는 이런 생태관광적 요소도 있다.

대중적 스타일의 관광 모델로 성급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놓칠 수도 있다. 보존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면 생물다양성 문제를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 무인도의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좀 더 집중해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다.

그래야 이용에 대한 욕구도 생기고 인근 유인도와 연계해 거점을 구축하는 관리계획을 만들 수 있다. 해수부가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무인도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정인철 사무국장

사회 = 우리나라 2918개 무인도를 모두 생태적 가치 측면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해수부가 무인도 관리 유형을 4가지로 나눈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닌가.

정 사무국장 = 물론 지역주민 협력이 중요하다. 거문도의 경우 40년 동안 국립공원으로 묶여 반발했던 분들이 1박2일 행사 후 달라졌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규제만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무인도를 잘 보존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이제 주민들 스스로 무인도를 관리하고 청소도 하려고 한다. 그런 게 중요한 프로그램이 되고 사업도 된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알기 시작했다.

정책을 구상할 때 선택과 집중할 범위를 정하는 ‘스코핑’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가치를 높이고, 왜 보존하고 이용해야 하는지, 스코핑을 선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냥 무인도에 가면 좋을 것 같아서 간다, 이런 식이면 초보적 단계에 머물 것이다. 보전이든 이용이든 무인도의 정책적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인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일신문 본사(서울 종로구) 4층 회의실에서 무인도서 가치 재발견과 무인도 라이브사업 결산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이의종

해양영토과장 = 법 체계 상 ‘특정도서’는 환경부가 관리한다. 그런데 특정도서는 육지부만 관리하지 바다는 포함하지 않는다.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는 ‘천연보호구역’은 육지와 일부 바다도 포함한다. 무인도법은 육지부와 주변 1㎞의 바다를 포함한다.

특정도서를 무인도법으로 ‘절대보전 유형’으로 지정하면 주변 바다 1㎞까지 절대보전구역이 된다. 절대보전 무인도 해역부에서는 인위적 행위가 금지된다. 현재 무인도에 대한 2차 실태조사 중인데, 1차 때는 주로 문헌 검토 중심이었다. 3차 실태조사 때는 무인도 주변 해역에 대한 조사 비중을 높이려 한다.

사무국장 = 법에 기초해 이야기를 한 것은 그렇게 토론할 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양보호지역 관련 법 여러개가 서로 엉켜있다. 해양은 해수부가 관리하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황을 정리하려면 법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무인도와 그 주변 해역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생물다양성 등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양영토과장 = 올해 처음 무인도 재발견을 위한 ‘무인도 라이브’ 행사를 진행했는데 사고 없이 마무리하고 일반 국민들 호응도 좋았다. 첫 행사로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시행착오를 보완하면서 내년에 더 알차게 하도록 준비하겠다.

정리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남준기 환경전문객원기자 namu@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