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시국선언,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
최소 69개 대학, 참가자 4000명 육박 … 대학생·동문도 ‘윤석열정권 퇴진’ 요구
전국 곳곳 대학의 교수와 연구자들이 잇달아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 교수·연구자들도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시국선언 발기인 일동’이라고 밝힌 교수·연구자들은 최근 전체 교수들에게 시국선언 서명을 촉구하는 링크를 메일로 보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민생에서부터 외교에 이르기까지 위험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라며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현재의 시국을 걱정하며 의견을 내는 것은 지식인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지역별 교수·연구자단체 공동행동 = 앞서 26일에는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광주·전남 14개 대학 교수·연구자 292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희박한 안전의식, 평화적 통일을 가로막는 남북 정책, 여러 차례 행사한 법안 거부권과 굴종 외교 등 지난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권은 반헌법적 작태만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이미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며 “우리 광주·전남 교수 연구자들은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온몸으로 껴안으며 정권 퇴출의 한길로 나선다”고 덧붙였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 연대회의·대구경북 전문직단체협의회·대구경북대전환원로시민회의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 임기 절반을 넘어섰는데 대한민국은 정치·사회·경제·외교·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한 퇴행과 반동을 겪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지금 벼랑 끝, 위기의 상황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5일에는 교수·연구자 단체인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농단, 민주주의·법치주의 훼손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는 대학 교수와 연구자 273명이 이름을 올렸다.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 = 대학별 교수 시국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방송통신대 교수 23명은 ‘지금, 바로 퇴진하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서 교수들은 “지난 11월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진정성 없는 자세로 일관하였고,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국민들은 다다음날(11월 9일)부터 퇴진을 요구하며 주말마다 거리를 메우고 있다”며 “이를 가볍게 보다가는 더욱 거센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날 충북대 교수·연구자 92명도 시국 선언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시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했지만, 이런 약속을 저버린 채 실정만을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까지 전국 69개 대학 소속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국정 농단 의혹을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 교수는 4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선 학생이 실명 대자보 = 전국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곳곳에서 발표된 데 이어 대학생들과 동문들도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신여대 학생·동문들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51명이 동참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재학생 22명과 성신여대 민주동문회 등 동문 2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반민주 △반민생 △반역사 대통령이라며 탄핵을 주장했다.
앞서 연세대 민주동문회도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 등을 남발하며,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에 대해선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 공정과 상식을 찾을 수 없는 정권”이라며 “남북 관계는 전쟁의 위협 속에 파탄을 맞고 있고 경제는 어려워져 국민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식품자원경제학과 22학번 임장표 학생이 실명으로 “지금 목소리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망가뜨릴 것”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대자보를 게시했다.
최근 충남대에도 “이제는 대학생들이 일어나 윤 대통령을 탄핵해 역사를 바로 세우자”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