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금리에 1월 채권시장 심리 악화
정치적 불확실성 리스크에 환율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아
미 국채금리 상승세 이어지며 신흥국 금리 발작 우려 경계
원달러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급등하고 시장금리는 연일 상승 중이다. 이에 내년 1월 채권시장 심리가 더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 윤석열 탄핵 의결로 12.3 내란 사태가 조기에 매듭 지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가 신인도 하락과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 국채 금리 상승세도 빨라지면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환율 1500원 웃돌 가능성 커져 = 27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5년 1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종합 BMSI는 103.1으로 지난달 111.5보다 8.4포인트 하락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횟수가 축소된다는 전망이 나온 이후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달 18일부터 23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207개 기관, 962명)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58개 기관 100명이 응답한 결과다. 종합 BMSI는 개별 설문문항(10개)에 대한 누적 답변인원(1000명)의 응답(호전 222명, 악화 191명, 보합 587명)을 기초로 산출했다.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66.0으로 전월 110.0보다 44.0포인트 하락했다. 환율상승 응답자는 39%(전월 21%)로 전월대비 18%p 상승하였고, 환율하락 응답자는 5%(전월 31%)로 전월대비 26%p 하락한 것이다.
금투협은 “미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하 기조 등으로 인한 달러 강세 요인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더해져 1월 환율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달러화 지수가 19일 108.4에서 26일 기준 108.14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만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화 지수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원화 가치만 하락한 것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 배경으로는 국내 리스크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당초 국회 의결로 탄핵 리스크가 조기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국가 신인도 및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원달러환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27일 오전 9시 54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474.75원에서 계속 상승 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상승한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5분에 1470원을 넘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새벽 2시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원화는 전일 주간거래 1464.8원보다 4.8원 높은 1469.6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1470원까지 올랐다.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웃돌 가능성도 커졌다. 달러화 지수 흐름과 상관없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확대로 인해 원달러환율이 연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연초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미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국내 경기 둔화 압력 확대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원달러환율의 추가 상승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연구원은 “당장 원달러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 되어야 할 것”이라며 “역으로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빨리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12월 FOMC 회의 이후 국채 금리 상승 빨라져 = 시장금리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92.0으로 전월 112.0보다 20포인트 하락했다. 금리상승 응답자가 지난달 12%에서 24%로 전월 대비 12%p 상승했고 금리보합 응답자 비율은 60%로 전월 64%에서 4%p 줄었다.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도 예상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4회에서 2회로 축소한다는 전망으로 1월 금리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4.586%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4.641%로 지난 5월 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서프라이즈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성장 모멘텀이 다소 둔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로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한다면 소위 금리 발작 증상을 초래할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채 변동성지수가 상승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에 따른 금리 발작 리스크가 신흥국 통화 및 주가 등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투기성 자금의 이탈 등으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여지가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며 “시에 글로벌 자금의 달러자산 선호 현상은 단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는 연일 오르는 중이며 26일에는 환율 상승 여파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한편 물가 관련 채권시장 심리는 85.0로 지난달 73.0보다 호전된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상승 응답자 비율은 32%(전월 30%)로 전월대비 소폭 상승하였고, 물가하락 응답자 비율은 17%(전월 3%)로 전월대비 1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협은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우려로 물가상승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10월 1.3%, 11월 1.5%)를 유지하며 물가안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물가하락 응답자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