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능력의 차이는 사고력

2016-12-23 22:32:15 게재

얼마 전 수능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 만점자가 나왔습니다. 수능만점자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예전엔 “교과서로 충실히 공부했습니다.” 이 대답이 정해진 답이었지요. 요즘도 그럴까요? 최근 한 기사에 의하면 그 대답은 “반복해서 문제를 풀고 또 풀었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누구든지 무한 반복 문제를 풀기만 하면 만점 받을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정형화된 주입식 교육, 문제풀이 교육이 통할까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특징 ‘메타인지 능력’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하면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의 공통점은 첫째,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알 때까지 끝까지 노력합니다. 둘째, 스스로 합니다. 심지어 계획을 세워서 합니다. 셋째, 학습의 효율성이 높습니다. 잘 아는 문제를 무한 반복할 필요가 없고 대신 자신이 모르는 것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 과제집착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식이 없으면 사고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서 많은 지식을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학습의 효율성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고 있는가를 아는 ‘메타인지’ 능력이 학습능력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이 메타인지를 교육학적 용어로 말하면 바로 ‘사고력’입니다. 우리들의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일하며 살아가는 데에는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능력과 지식, 태도가 필요합니다. 버니 트릴링(Bernie Trilling) & 찰스 파델(Charles Fadel)에 의하면 21세기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바로 비판적인 사고, 문제해결, 의사소통, 협업의 능력입니다. 이에 부응하여 교육의 흐름도 지식 습득에서 지식의 재구성으로, 행동주의에서 구성주의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구조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힘, 학습계획을 짜고 자기 주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사고력인 것입니다.

유아~초등 저학년이 결정적 시기
사고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사고력은 언제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사고는 전두엽에서 일어나며, 뇌 발달의 순서에 의하면 유아~초등 저학년이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또한 모국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국어를 통한 사고력 수업이 필수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는 모든 것을 빠르게 받아들입니다. 물론 사고력은 성인이 될 때까지 발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 4학년 이후에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질문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교육적 경험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사고력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훨씬 효과가 나타납니다. 고학년이 되어서 사고력센터를 찾은 학생들에게서는 그 학생이 우등생이거나 영재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유연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사물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태도, 다양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가 이 시기 때부터 습관화, 학습화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고력을 키운 아이가 미래의 잠재력을 갖게 됩니다.

사고력 어떻게 키울까?
사고의 주체는 아동 자신이어야 합니다. 이 시기의 아동들에게 학습지나 문제집으로 사고력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요? 사고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거나 문제풀이 방법을 암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 푸는 방법을 설명하면 생각하는 힘은 생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조금 알면 질문이 생깁니다. 왜 그런지 원리가 궁금해집니다. 질문이 없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교구를 활용하여 수학적인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고, 수학적인 직관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사고력 수업을 통해 수학이 즐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대화 속에 ‘사고’ 있다.
자녀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생각하게 됩니다. 좋은 질문을 받아본 아이들이 나중에 사고력 있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좋은 질문이란 열린 질문입니다. 정답이 하나만 있는 질문이 아니라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을 생각하다보면 또 다른 질문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 교사와 학생의 대화를 통해서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대답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다시 질문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의 질문에 바로 답해주지 말고 스스로 탐구하도록 해 주세요. 자녀가 어리다면 부모와 함께 탐구해 보세요.
                                                                                    

목동 에반이즈사고력교육연구소 고정임 소장

목동 에반이즈사고력교육연구소 고정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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