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AI 영화
“AI 영상콘텐츠 시장 확장 주력할 계획”
AI 연구·창작하는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설립 … OTT와 계약, 작품성에 상품성도 인정받아
인터뷰 | 권한슬
AI 영화감독
영화 ‘원 모어 펌킨(One More Pumpkin)’ ‘멸망의 시(Poem of Doom)’ ‘아버지의 책(Tales Untold)’에는 공통점이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자 권한슬 AI 영화감독이 감독 혹은 제작을 맡은 영화라는 점이다. 2월 ‘원 모어 펌킨’으로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권 감독은 당시 이용 가능한 모든 AI 기술을 활용해 가장 최상의 질적 수준을 갖춘 ‘멸망의 시’를 연출했다.
‘아버지의 책’은 권 감독이 설립한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조은산 AI 아티스트가 감독으로 나섰으며 권 감독과 공동창업자 구도형 PD가 제작을 맡았다. 이 작품은 10월에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초청받았다.
23일 ‘AI 영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권 감독을 만나 AI 영화 제작 방법,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활동 및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이 입주한 서울 서초구 ‘서울 AI허브’에서 진행됐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원 모어 펌킨’과 ‘멸망의 시’는 그로테스크한 장르물이다. 시각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작품으로 평소 이같은 영화를 즐기는 취향이 반영됐다. 강한 시각적 효과를 좋아하는 취향도 있지만 이같은 장르를 구현하는 것이 AI의 특장점을 살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실사 촬영이나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려면 예산이 많이 들고 표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만드는 AI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영상을 제작하는 생성형 AI가 출시된 것은 1년이 좀 넘었다. 처음 출시된 AI 기술은 정말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 조악한 기술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만든 것이 ‘원 오브 펌킨’이다. 그땐 생성형 AI가 사람 손가락을 6개를 그리는 오류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 오류를 공포스러운 장면에서 역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멸망의 시’를 만들었는데 그 사이에 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 표현할 수 있는 것들, 질적 수준 등 모두 다르다. ‘멸망의 시’의 경우 뮤지컬 영화다. 음악과 보컬 등 모든 것을 AI 기술로 만들었고 AI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고자 했다.
이 영화는 5명이 2~3주 동안 만들었다. 실사 촬영을 해서 영화를 찍고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하는 것에 비해 제작비와 시간이 99% 이상 절감된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아마 몇 년 뒤에는 완전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AI 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창작하나.
기획을 한 다음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고 콘티별로 한 컷씩 설명을 입력해서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 장면들을 편집해서 영상을 만든다. 생성형 AI에 ‘인터뷰하는 장면, 여자 클로즈업, 붉은색 옷을 입고 있음’ 이런 식의 설명을 넣어서 영상을 만든다. 한 장면씩 카메라로 찍느냐, 콘티를 짜서 AI로 구현을 하느냐, 도구의 차이가 있을 뿐 창작하는 과정은 실사 영화를 창작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영상을 잘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프롬프트(질문)를 상세하게 만들기도 하고 AI 영화를 만드는 데 적합하게 AI를 학습시키거나 미세 조정하기도 한다. 누구나 AI로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수준 높은 AI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엄청난 역량이 필요한 작업이다.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경우 몇십만장 이상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쌓은 역량이 있다.
●현 단계에서 AI의 한계가 있다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일관성과 관련한 것이다. 주인공이 계속 같은 모습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아직 완벽하게 극복이 되지 않는 복잡한 영역이다.
생성형 AI의 기술적 한계는 시간이 지나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처음엔 2~3초 짜리 동영상을 만들어내던 AI가 이젠 10초 이상의 동영상을 만들어낸다.
오픈AI에서 동영상 생성형 AI인 ‘소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금은 파트너십을 맺은 일부 극소수만 활용하는 단계다. 아마 내년 초쯤 대중에 출시하지 않을까 싶은데 ‘소라’가 출시되면 한 단계 더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소라’의 출시가 지연되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가 기술을 받아들이는 준비 정도 보다 빠르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한다. 딥페이크 등 문제가 많은 가운데 너무 빠른 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AI와 관련한 제도와 체계가 갖춰져야 AI를 안전하게 창작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은 어떤 스타트업인가.
AI 영화뿐 아니라 AI 광고 등 AI 영상콘텐츠를 모두 다룬다. 회사 내 AI 아트를 전문적으로 창작하는 새로운 직군인 ‘AI 아티스트’를 두고 있다. AI 아트 자체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는 직군이다. 아직 관련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학위과정이 없기 때문에 영상이나 특수효과 등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중심으로 양성을 했다.
AI 연구원과 개발자들도 함께하고 있다. AI 관련 자체 기술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있는 기술들을 AI 아티스트들이 잘 활용할 수 있게 최적화하는 연구개발(R&D)도 하고 있다.
캐나다에 지사도 두고 있다. ‘딥러닝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요슈아 벤지오 박사가 설립한 ‘밀라연구소’와 파트너십을 맺어 연구 협력을 한다.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최근 ‘원 모어 펌킨’ 등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의 AI 영화들이 처음으로 미국 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온디맨드코리아(ODK Media)’와 스트리밍 계약을 했다. AI 영화 분야에서 ‘원 모어 펌킨’은 이미 인정을 받은 상황이지만 이는 AI 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데 대한 인정이지 매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AI 영화 분야에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상품성을 인정을 받았다는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과 AI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주력하는 활동으로 ‘에이아이카이브(AIKIVE)’를 들 수 있다. 전세계에 8000개의 생성형 AI가 있다. 그런데 아마 일반인들은 이중 5개 정도 이름을 알 거다. 정보가 흩어져 있고 영어로 된 정보가 많아 한국인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이에 각 AI별 기능과 서비스 사용법 등을 모아놓았다. 그 안에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어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질문을 올릴 수 있는 페이지도 있다.
이같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AI 영상콘텐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AI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관련 정보가 다양하게 공유되면서 AI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 결국 스튜디오 프리윌루전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