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수사' 청와대-검찰 벼랑끝 대치

2019-09-06 10:53:22 게재

청 "조국 딸 표창장 의혹 해명될 것" … 윤석열 "수사개입 말라" 공개반발

'윤석열 체제' 40여일 만에 청-검 파열음 … 수사결과 따라 한쪽 타격 불가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검찰이 정면 충돌했다. 조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개입을 중단하라'며 정면 반발한 것이다. 윤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 아래 파격적으로 임명된 지 불과 40여일 만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또다시 강하게 비판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구내식당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밖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갈등 표면화 = 대검찰청이 5일 오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맞대응 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박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 후보자 딸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관련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말끔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 후보자 딸(28)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수사에 어깃장을 놓는 듯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게다가 이낙연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6시쯤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돌려 공식 대응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금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일선 검사에 대한 지휘와는 달리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서, 이와 같은 이례적인 지휘권 발동을 전제로 모든 수사기밀 사항을 사전에 보고하지는 않는 것이 통상"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수시로 수사지휘를 하고 이를 위해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 청와대는 장관에게, 장관은 총장에게, 총장은 일선 검찰에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 사법행위의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고 반발했다.

◆갈등 확산 분위기 = 이런 반발을 불러온 것은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이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박 장관의 발언대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을 보고받는다면 사실상 모든 수사계획이 청와대까지 사전에 전달돼 결과적으로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표창장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언급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으로 검찰은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은 조 후보자 주변 수사에 착수한 이래 피의사실 공표를 비롯한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사실상 함구령을 내리고 '입조심'을 해왔다. 정치적 폭발력이 극도로 강한 수사인 데다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논란에 다시 휩싸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첫 압수수색 당일부터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작성한 대통령 주치의 임명 관련 문건을 고의로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튿날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불을 지폈다. 3일에는 검찰이 조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검찰 출신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게 유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여당의 주장까지 나왔다. 게다가 이날 오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심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6일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게 두려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의 의혹을 수사한다는 구실로 20~30군데를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거나 전국 조직폭력배를 일제소탕하듯이 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면 확전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의혹' 수사결과 주목 = 이런 청와대 및 여권과 검찰의 갈등은 조 후보자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에 커다란 상처를 줄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와 가족 중 일부가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질 경우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급격히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조 후보자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을 선두에서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조 후보자 일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할 경우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대한 '쿠데타'라는 여권 지지세력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조 후보자 수사에 착수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사실상 직을 던질 각오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6일 열리는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주요 관심사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 관련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증명서 허위발급 의혹이 새롭게 제기돼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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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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