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포커스 | '조국대전' 공방에 치명타 맞은 입법부
여당 "후보 지키겠다" 공언 … "삼권분립의 종언"
청문회, 기자간담회로 대체 … '초법적'
야당 "청문회 안한다" 엄포 … '위법적'
후보자 신상 털기 "금도가 사라졌다"
한 달이상 끌어온 '조국대전'이 입법부의 위상과 존재를 망가뜨려놨다. 깨진 유리창처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느슨했던 삼권분립 원칙마저 무너졌다. 야당은 '청문회를 안 해도 된다'는 위법적 발상을 드러냈다. 여당은 '청문회 대신 후보자 기자간담회'라는 초법적 발상을 실행하는 데 지원했다. 청문대상자의 검증과정에서의 '금도'도 사라졌다. 선을 한번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다시 넘어서는 것은 '관례'가 된다.
6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 당대표가 후보를 지키겠다고 공식발언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여당이 청와대와 소통할 수는 있고 그래야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입법-사법-행정부의 독립적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6일 재송부 기간까지 저희도 최대한 후보자를 지켜나가는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이 후보자를 감싸는 행위는 이제 자연스럽기까지 하지만 공개적으로 여당 대표가 '지킴이'를 자청한 것은 입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부가 문 대통령의 지명후보자에 대한 검증역할보다는 '지킴이'로 나선 셈이다. 8월 18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조 후보자를 '포스트 문재인', '문재인정부의 상징적 인물'로 규정하며 '방어할 수밖에 없는 후보자'로 삼았다. 그는 이날 논평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의혹제기 등에 대해 "조 후보자는 한국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지역에서 '포스트 문재인'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 정치인으로 입지가 높아져 가고 있다"면서 "또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적 핵심 인사로 현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고는 "'한국당의 막가파식' 조 후보자 낙마 전략은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 동력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고 '조 후보자의 낙마=문재인정부 무력화'로 연결해 해석했다. 이게 여권내의 전반적인 정서였다.
조 후보자가 청문회 대신 선택한 기자간담회를 국회에서 열 수 있도록 여당이 조력한 부분도 논란대상이다. 여당은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 요청에 국회 장소를 제공했고 기자단과의 조율, 사회, 장내 정리 등 제반사항을 지휘했다. 여당 주도의 기자간담회로 읽혔다.
◆법을 어기면서 법에 기대는 입법부 = 입법부가 법을 어기거나 편법을 활용하는 관례를 만들어냈다.
인사청문회는 법에 규정한 국회의 의무이지만 한국당 등 야당은 법에 규정한 시한을 어겨도 된다는 말을 대수롭게 했다.
법으로 규정된 청문회 실시기한인 '상정후 15일(8월30일)이내'와 청문절차 완료시점인 '접수후 20일(9월2일)이내'를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판단할 '재송부기간'조차 야당의 요구에 따르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청문회 기한(2일)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도 조 후보자가 '청문회를 대체한 기자간담회'를 국회에서 열고 이를 여당이 지원했다는 점은 '나쁜 선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많은 후보자들이 기자간담회를 제3의 장소나 청문준비 장소에서 진행했던 것과 크게 대별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야당은 위법적이고 여당은 초법적이라는 지적이 적절하다"고 했다.
법을 가볍게 여기는 모습과 달리 검찰 고발이 쏟아졌다. 조 후보자 가족뿐만 아니라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한 여권인사에 대해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검찰고발이라는 '정치의 사법화'로 압박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행위가 대규모 검찰고발로 이어진 것과 같은 모양새다.
◆점점 산으로 가는 '인사청문회' = 여야의 공수전환이 수차례 이뤄지면서 인사청문회가 '낙마'를 향한 '무제한 신상검증'으로 변질됐다. 정책 검증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여당은 야당의 '선을 넘어버린' 행태를 지목하지만 현재 여당이 야당일 때도 '신상검증 위주의 인사청문회'를 지향해왔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부모, 배우자, 자녀의 신상을 털어 국민여론을 자극해왔던 '관행'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아예 '금도'를 걷어냈다. 이제는 후보자와 관련한 어떤 사생활을 끄집어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심지어 자녀와 어머니를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청문회는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는 주요 지점으로 낙마만 시켜도 정권 동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정책검증으로는 낙마가 어려운 만큼 야당은 각종 신상을 터는 데에 청문회 준비의 주력부대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많이 하다보면 신상터는 기계처럼 어디에 가면 뭐를 알 수 있다는 식의 기술만 늘게 된다"고도 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입법부의 입법활동, 사법·행정부에 대한 견제활동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면서 "입법부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을 줄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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