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건 혐오보다 연대와 응원"

2020-02-04 11:19:10 게재

아산·진천 주민들 '우한 교민'에 물품기부

지자체들 '중국 자매·우호도시 돕기' 나서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교민들의 임시생활시설이 위치한 충남 아산시와 충북 진천군에 교민과 주민을 위한 물품과 기부금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도 중국의 자매·우호도시 돕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때문에 국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중국인과 감염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시민단체들도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이웃국가와 동료시민을 향한 연대와 응원"이라고 조언한다.

3일 충남·충북도 등에 따르면 우한 교민의 임시생활시설인 경찰인재개발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물품과 기부금이 전달되고 있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포스코아파트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일까지 마스크 기부 캠페인을 펼쳐 모은 637개의 마스크를 경찰인재개발원을 방문, 우한 교민에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찬양ENG, 뉴젠스, 중앙고 아산동문회, 아산시 개인택지지부, 농협 아산시지부, 두정동 극동아파트 관리소, 서울우유 아산대리점, 오난코리아 등이 교민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마스크 소독제 등을 기부했다.

충북 진천군에도 다양한 물품이 기부되고 있다. 충북농협과 조이바이오, 대한건설협회 충북도회, 서울 성동구청, 금수실업, GS리테일, CJ제일제당, 한국감정원, 와이엠 등이 마스크 소독제 등을 보내왔다.

임시생활시설 입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음식점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4일 "주 2회 구내식당을 잠정 휴무하고 지역 식당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임시집무실을 운영하기 시작한 양승조 충남지사도 부인과 함께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전국 광역·기초지자체들은 중국 자매 또는 우호도시 돕기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우호협력도시인 중국 우한시의 쪼우시엔왕 시장에게 위로 서신을 보냈다. 권 시장은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도시를 봉쇄하고 1000개 병상규모의 임시병원을 건설하는 등 밤낮으로 애쓰는 시장과 의료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구은행과 대구상공회의소는 4일 마스크 1만9000여장을 우한시에 보낼 계획이다.

경북도도 자매 또는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지린성, 허난성, 산시성, 후난성, 닝샤회족자치구 5곳에 방역마스크 5만개를 긴급지원 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중국 10개 자매·우호교류 도시에 마스크 총 10만개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고, 광주시도 중국 자매우호도시인 우한·광저우시 등 8개 도시에 의료용 마스크 5만개를 지원할 계획이다. 우한시는 광주시와 지난 2007년 우호협력 도시를 맺고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5명이 방문단으로 참가했다.

전북도는 피해가 큰 중국 장쑤성에 마스크 10만개를 조만간 지원하고 상하이와 산둥성 칭다오에는 중국 사무소를 통해 현지 전북도민을 위한 마스크 4000개를 보낼 계획이다. 부산시는 자매도시인 상하이에 손세정제나 의료용 장갑, 방호복 등의 지원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포천시와 안산시 등도 중국 국제교류도시에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요청으로 잠정 보류했다. 안산시는 대신 중국 랴오닝성 안산, 산동성 엔타이 등 중국 5개 도시에 위로서한을 보냈다.

지자체들이 중국 자매우호도시에 마스크 등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 행정안정부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각 지자체가 국내 수급상황을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산인권센터는 3일 논평을 내 "근거없는 가짜뉴스와 일부 정치인들의 악의적 선동, 언론의 부적절한 대응은 불안과 중국·중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키우고 있다"면서 "혐오와 차별은 질병을 은폐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조차 잃게 만드는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우한 시민들이 서로 힘내라고 외치는 모습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준다"면서 "이웃국가, 동료시민을 향한 연대의 마음이야말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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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윤여운 홍범택 이명환 곽재우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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