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자영업 ‘보증 만기연장’ 예산, 추경 제외
신보 요구한 1246억원 전액 삭감
“중기 연쇄도산 방어에 중점둬야”
최소 30조원 이상 전폭지원 필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보증을 전액 연장하자는 요청을 정부가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미래통합당 김종석 의원과 신용보증기금(신보)에 따르면 신보는 코로나19 피해기업의 만기연장 지원을 위해 정부 추경에 1246억원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신보는 코로나19 피해우려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올해 만기도래 금액을 10조3000억원 으로 추산했다. 전년도에 대출을 갚아서 보증을 해지한 비율이 12.1%인 것으로 고려하면 올해 1조2463억원의 보증이 해지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액 만기연장을 위해 1246억원(보증운용 배수 10배)을 책정했다.
하지만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되고 추경에 편성된 신보 출연금은 992억원에 그쳤다. 560억원은 피해기업의 특례보증을 위한 것이고, 400억원은 중소기업의 회사채 우선인수 보증을 위해 배정됐다. 신규보증 규모는 7000억원(출연금 560억 원, 보증운용배수 12.5배)에 불과하다. 올해 신보 일반보증 총규모인 49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4% 정도여서 피해기업 지원에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우려 업종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만기도래 규모는 보증 총규모의 20.8%를 차지한다.
신보는 “피해상황이 예상보다 급격히 확대될 것에 대비해 전액 만기연장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기연장의 경우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돼 있어서 기존 예산으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기존 예산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추가대책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증 만기연장은 신규대출보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피해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추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경제가 멈춘 상태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먼저 터지기 마련”이라며 “소규모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추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추경은 차상위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중소기업 연쇄도산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경 규모를 4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한 것처럼, 전문가들은 최소 30조원 이상이 중소기업(15조원)과 자영업자(15조원)에게 전폭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