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은 코로나 대응, 트럼프는 못해"
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로버트 켈리 교수 기고문
대통령리더십 등 5개 이유
미국의 보수성향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민주주의 방역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책을 교본으로 삼고 싶어도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지적하며 한국을 칭찬한 기고문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트럼프가 한국의 코로나 전략을 흉내 낼 수 없는 5가지 이유'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은 이제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한국의 성공을 따라할 수 있을 거란 이야기가 많지만 몇가지 이유로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켈리 교수는 우선, 한국 인구가 5200만명인데 반해 미국은 6배가 넘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도 한국에 비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코로나19 퇴치에 훨씬 더 큰 규모의 행정적·조직적 노력이 소요될 것으로 진단했다. 인구와 국토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이 통제에 더 수월하다는 이야기다.
이어 한국의 중앙집중화와 대통령중심제에 따른 신속한 정책결정을 꼽았다.
켈리 교수는 한국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권한 집중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있지만 이는 거꾸로 행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가능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되자 행정부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연방주의, 견제와 균형의 전통으로 정치권력이 분산돼 있어 한국처럼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미칠 충격을 두려워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켈리 교수가 지목한 세 번째 이유는 한국이 채택하고 있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다.
국민들의 코로나19 진단·치료 부담이 극소화돼 누구나 자발적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민영 의료보험 제도에 기반해 있고 전국민 의보 도입은 정파간 갈등으로 진전이 없다. 켈리 교수는 "미국민 40%가 400달러의 검사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검사를 포기할 것이란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민의 단결력과 집중력도 미국이 가지지 못한 면이라고 밝혔다. 대구 신천지발 확산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 정부가 신도 수십만명을 추적 검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민들의 강한 공동체 정신 때문이었다면서 미국 같으면 사생활을 침해하는 고압적 처사로 여겨져 역풍을 맞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켈리 교수가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차이다. 그는 문 대통령도 선거(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코로나 사태를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하게 여겨 전문가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보여줬던 지난달의 머뭇거림도 전혀 없었고 이번 사태가 곧 사라질 것이라거나 통제될 것이란 기이한 공개발표도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켈리 교수는 "미국의 코로나 사태는 조만간 훨씬 더 악화될 것이고 오해와 어리석음으로 인한 불안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