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보호무역 심화 예상

2020-03-20 12:39:10 게재

국제분업 없고 자국서 해결

한국, 중국의존도 탈피해야

코로나가 각국 각자도생 재촉


코로나19 사태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국가별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글로벌 공급망(GVC)이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어서 무역의존도 높은 한국으로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20일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전 세계 분업 및 교역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근본적인 GVC 재편을 예고했다.

GVC는 자재조달 조립생산 마케팅 등 기업활동을 분야별로 쪼개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국가에 배치하는 국제 분업구조를 말한다. 불과 몇 해전만 해도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자국이 위치한 본사에서,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과 생산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개도국에서 담당하며 경영을 최적화해왔다.

그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임과 4차산업혁명시대가 맞물리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을 내세워 GVC를 미국내에 묶어두려 했고, 중국도 자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조립·생산활동과 부품조달 등 가치활동을 자국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김용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니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내코가 석자인데 우리 기업, 우리 국민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수출중 GVC를 통해 생산된 비중이 62%인 만큼 각자도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끊임없이 다른나라와 공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입협회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입구조는 중간재에 치중돼 있어 코로나19로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제조업이 직격탄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수입구조는 중간재 수입 비중이 49.7%에 달하고, 이어 1차 산품 23.2%, 소비재 13.7%, 자본재 13.0% 순이다. 따라서 특정상품의 특정국가 의존도가 심하면 자연재해 등 예기치 못한 수입거래 중단이 발생할 경우 수출상품 제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D램, 복합구조칩직접회로, 휴대용자동자료처리기계, 와이어링 세트, 플래시메모리, 철강 구조물과 부분품, 금속의 수산화물 등이 수입의존도가 80% 이상이거나 수입금액이 5억달러 이상인 품목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GVC와 밀접하게 연관된 품목의 수입 차질은 결국 수출 등 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실례로 코로나19 사태 초기때에는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의 대중국 수입이 막히면서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공장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본이 3개품목(불화수소, 포토레즈시트,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수입차질로 인한 직간접 피해규모는 7주동안 최소 8000억원 이상 발생했다.

수입협회는 “2019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100%, 50%인 품목이 각각 347개, 3167개에 이른다”라며 “수입 중단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큰 품목을 선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입위험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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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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