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들 서울·경기 아파트 어쩌나?
정부, 다주택 고위공직자 압박에
지방 단체장들도 팔아야하나 고민
"서울 직장 다닐 때 구입" 하소연
정부가 다주택 고위공직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한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그대로 보유하고 버티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단체장들은 초조해졌다.
내일신문이 3월 26일 관보에 등록된 고위공직자재산등록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은 모두 대상자 159명 중 20명이다. 이 가운데 14명은 집이 2채 이상인 다주택자다.
◆수도권에 아파트 있는 다주택자 14명 = 경남에서는 조규일 진주시장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레미안카운티아파트 32평형(14억3312만원)과 경남 진주시 상평동 진주센트럴자이아파트 25평형(3억3700만원) 두 채를 갖고 있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사천시 대방동 웰뷰파크 28평형(1억1700만원) 외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지촌아파트 25평형(9억3600만원)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2차현대빌라 35평형(4억6100만원) 두 채를 더 갖고 있다. 이재근 산청군수와 박일호 밀양시장 역시 거주지역이 아닌 수도권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단체장이다. 이 군수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5억6600만원짜리 아파트를, 박 시장은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 6억500만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경북에서도 4명이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에는 집이 없지만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캐슬리베아아파트(12억2389만원)와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10억800만원) 2채를 갖고 있다. 김학동 예천군수와 권영세 안동시장은 거주지역 아파트 외에 각각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입동 가선마을아파트(3억9700만원)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대림e편안세상아파트(4억1300만원)를 더 갖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 역시 문경 아파트 외에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흰돌건영빌라(2억6000만원)와 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 단독주택(1억8655만원) 2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다.
전남과 전북에도 수도권 아파트를 소유한 단체장이 있다. 정현복 전남 광양시장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화꿈에그린(6억700만원)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두산아파트(3억6400만원) 2채를,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는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주공아파트 2채(각각 9억3600만원과 5억3000만원)를 소유하고 있다. 유 군수는 장성에도 아파트가 1채(1억4400만원) 있다. 황숙주 전북 순창군수는 지역에는 연립주택 1채(1억2400만원)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는 아파트 1채(패밀리아파트, 9억1200만원)가 있다.
이 밖에도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은 대구 아파트 외에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아파트 1채(면목두산아파트, 3억9200만원)와 다세대주택 1동(8채, 10억7200만원)을, 송기섭 진천군수는 진천 아파트 외에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아파트 1채(삼성래미안, 4억8500만원)를 소유 중이다. 충남에도 김정섭 공주시장과 가세로 태안군수가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다. 김 시장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아파트(목동신시가지아파트, 6억7209만원)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연립주택(1억6000만원)을 보유 중이다. 가 군수는 태안에 단독주택 2채를 갖고 있지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아파트 1채(청담2차e편안세장, 8억9600만원)를 더 갖고 있다.
◆거주지엔 집 없고 서울 아파트만 소유 6명 = 다주택자는 아니지만 거주지역에는 집이 없고 서울에만 아파트가 있는 단체장들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주낙영 경북 경주시장, 최기문 경북 영천시장, 이희진 경북 영덕군수, 한범덕 충북 청주시장,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 송귀근 전남 고흥군수 등이 서울에 아파트 1채씩을 소유하고 있는 단체장이다. 이들은 정작 자신이 단체장으로 있는 지역에는 집이 없어 관사에 살거나 전세를 얻어 살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사례로 지역 주민들의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도 서울 아파트 처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 단체장 5명도 다주택 고민 = 수도권 단체장들 중에서도 다주택자들이 고민이다.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용산구 보광동 리버빌아파트에 25평짜리 아파트 두 채와 다가구주택 1채를 갖고 있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구 연희동에 36평짜리 대림아파트 두 채와 양천구 신월동에 25평 규모의 신안약수아파트도 갖고 있다. 문 구청장은 이 밖에도 강동구 명일동에 부인 명의 오피스텔(15평형) 분양권을 갖고 있으며, 종로구 수송동에 숙박시설 한 곳과 제주 서귀포 땅·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부자다.
서철모 경기 화성시장은 아파트만 8채다. 군포시 금정동 주공아파트에 12.6평짜리 4채와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아파트 12평짜리 2채, 군포시 금정동 무궁화주공아파트 12.6평짜리 1채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도 주공아파트 24평형 1채가 있다. 재산신고에 등록된 가격은 13억4400만원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서울에 아파트 1채와 연립주택 1동(13채)를 갖고 있고,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경기 의왕시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 서철모 시장은 공시지가 4억3300만원인 노원구 아파트를 제외하면 모두 1억원대의 임대사업용 소형주택이라고 해명했고, 백군기 시장의 경우 연립주택 1채는 결혼 전부터 임대사업을 해온 배우자 소유다.
일부 단체장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백군기 경기 용인시장은 "아내가 재혼 전부터 원룸형 작은 빌라 1동을 소유하고 있었고 재산관리를 별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박일호 경남 밀양시장은 "과천종합청사에 근무할 때 근처인 의왕에 집을 샀고 지금은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 거주하고 있다"며 "투기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소연했다.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도 "부친이 30년 전에 살던 다세대주택을 상속받아 보유하고 있고 서울 중랑구 아파트도 20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 할 때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집을 팔겠다는 단체장들도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사업에 성공해 돈을 벌었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소형주택들을 매입, 정상적인 임대사업을 해왔고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판적도 없다"면서 "하지만 현 상황을 볼 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1채만 남기고 모두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충남 공주시장도 최근 논란이 일자 기자회견을 통해 "대학 진학 이후 서울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니 서울에 집을 두게 됐다"면서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공주 원도심에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사과했다. 충남 태안군 관계자는 "경찰 재직 당시 2006년부터 서울에 근무하며 살던 집"이라며 "그동안 처분을 하려고 했고 자녀들이 서울에 살고 있어 (증여 등)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