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지역경제에 희망을 심는다

2020-12-30 12:03:57 게재

10년동안 1556곳 지정

지난해 1928억원 매출

20만62명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회복 기여

충북 청주시 오창에 위치한 '하늘농부 유기농영농조합'.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가공·판매하는 회사다. 올해로 설립 16년차다. 하늘농부의 올해 매출은 26억원. 코로나로 학교급식 납품과 오프라인 판매가 줄어 목표한 30억원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꽤 선전했다.

하늘농부는 2004년 당시 충북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이던 조철호 대표를 비롯해 농민 5명이 만들었다. 오창의 주요 농산물인 토마토 방울토마토 딸기를 판매했다. 그러다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전문적인 컨설팅도 받고 판로도 지원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 최대매출 2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누적매출액 150억원을 넘어섰다.

조철호(왼쪽 두번째) 하늘농부유기농영농조합 대표가 직원들과 지역 농산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하늘농부는 2013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올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모두愛(애) 마을기업에 선정돼 1억원을 지원받았다. 사진 하늘농부 제공


하늘농부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매출이 늘어서가 아니다. 처음 5명이 시작한 이 마을기업은 현재는 출자자가 23명으로 늘었다. 지역 50여 농가가 친환경 계약재배 농가로 참여 중이다. 상근직원도 13명이나 된다. 조철호 대표는 "100년 가는 마을기업,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공동체와 함께 살겠다는 뜻이다.

◆지역문제 해결 마중물 = 전국에 이 같은 마을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1556곳이다. 행정안전부가 2010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1년부터 지정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하늘농부처럼 매출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덕분에 무너져가는 지역경제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고, 건실한 일자리도 만들어간다. 이 1556개 마을기업의 지난해 전체매출은 1928억원이다. 2011년 첫해에 비해 9.8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마을기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최대 성과다. 지난해 기준 마을기업 관련 종사자는 20만62명이다. 이 역시 2011년에 비해 6.4배 증가했다.

이들 마을기업들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한다. 연평균 29억원 상당의 현금·현물 기부를 해왔다. 재능기부도 활발히 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43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마을기업 활동의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농·특산물 판매 등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무너져가는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도 한다. 취약계층 돌봄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기여한다.

마을기업은 특·광역시(493곳, 32%)보다는 도 지역(1063곳, 68%)에 있다. 일반식품(44.3%)와 전통식품(13.5%) 기업이 다수다. 농·어촌 지역 마을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영농조합(40.2%)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협동조합(25.5%)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자체들은 흔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유치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실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대기업 등 알짜기업은 유치가 어렵다. 중소기업 중에는 각종 보조금만 받아 챙기고 5년에 한 번씩 지역을 옮겨다니는 기업도 있다. 이에 비해 마을기업은 오롯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업유치와 다르다. 지역 생산물을 재료로 사용하고 일하는 주체도 지역주민이다. 농산물의 경우 본격적인 생산 시기에는 고정적인 일자리 외에도 다수의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을기업을 지역문제 해결의 마중물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김학홍 행안부 지역혁신정책관은 "마을기업은 기본적으로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지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정부도 이런 마을기업을 지정하고 육성하는 일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행안부 선정·지원 노력 = 행안부는 올해도 신규 마을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새 마을기업을 선정한다. 분야는 신규 재지정 고도화 3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시·도에서 자체적으로 심사해 선정하도록 했다. 재도약 마을기업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한다. 운영실적이 저조하지만 회생의지가 높은 곳이 대상이다.

행안부는 모범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모두愛(애) 마을기업' 사업이다. 우수 마을기업은 해마다 선정해왔고, 모두애 마을기업은 올해 처음 선정했다. 모두애 마을기업은 지역성 공동체성 공공성 기업성 4대 원칙을 모두 갖추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 곳이 대상이다. 지역사회 공헌활동이 활발해야 한다. 모범사례로 전파·확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1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모두애 마을기업에는 충북 하늘농부 외에 경북 의성 영농조합법인 푸루른, 전북 정읍 농업회사법인콩사랑유한회사, 울산 북구 ㈜아낌없이주는나무, 전남 여수 농업회사법인 송시마을㈜이 선정됐다.

김학홍 지역혁신정책관은 "마을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그에 걸맞는 재투자가 필요하다"며 "모두애 사업처럼 행안부가 모범적인 마을기업을 지원하고 그 성과를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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