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서관에 투자합시다

내일신문에 글을 쓰거나 인터뷰를 하는 것은 항상 기껍다. 내일신문은 도서관에 관해 가장 많은 애정을 보여주는 언론이기 때문이다. 모든 언론이 내일신문 반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문화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요,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첩경은 도서관이다." 내가 어느 자리에 서거나 반복해서 설파하는 격언 같은 말씀이다.
도서관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핵심적인 사회적 기반시설(social infrastructure)이며, 지역공동체가 모이고 소통하는 문화적 중심지이다.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책을 빌려보는 개인적 공간에만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지식산업과 민주주의를 일으키는 당당한 공공재의 위상을 차지하게끔 된 것이다.
문화의 힘이 곧 국력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맞아 도서관의 가치와 소용은 더없이 높아졌다. 세계적인 문화강국들은 새로운 개념으로 도서관 체인을 구축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상생활의 최중심지에 파격적인 규모와 디자인으로 도서관을 짓고 첨단설비와 전문인력을 아낌없이 투입한다. 시민의 의식과 지식의 수준을 끌어올림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나라가 어언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위치에 올랐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적 수준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도서관의 현실을 대하면 더욱 그렇다. 도서관에 꼭 필요한 예산과 조직을 요청할 때마다 정치인, 행정관료, 언론의 무감각증 앞에서 느끼는 일종의 좌절감이 있다. 경제만능 사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 경제효과를 최우선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도서관의 효용이 머리에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도서관의 복합적 효용과 상승적 기능을 미처 깨닫지 못해서 그렇다.
때마침 도서관의 가치를 순전히 경제적 측면에서 평가해본 연구결과가 나와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한국도서관협회가 공공도서관의 운영 실태를 분석하여 내놓은 연구결과인데, 도서관의 예산대비 수익률은 평균 2.23배에 이르고, 사서 인건비의 부가가치율은 평균 8.68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나 교육적 효과를 논외로 하고 오로지 경영학적 차원에서 비용분석을 한 것이다. 도서관 육성에 들이는 예산의 객관적 근거가 제시된 셈이다. 이제 도서관의 경제적 가치가 그 어떤 분야보다 우월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도서관을 국가융성의 원동력으로 삼아보자는 원대한 포부에서 만들어진 기구가 바로 우리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이다. 2006년 도서관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구로 창설되었다. 대통령이 직접 관할하는 위원회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전국에 걸쳐 효율적으로 추진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창설된 지 10년 넘게 위원회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그 역할을 만족스럽게 수행하지 못한 채 지내왔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위원회에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따르기 시작하여 이제 웬만큼 조직과 예산을 갖추고 그동안 미루어온 활동을 펼 준비를 마쳤다. 금년이 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나서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정책 구상을 하고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여 도서관에 관한 진취적인 정책과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시민 속으로 들어가 생활 속에 차원 높은 도서관 문화가 형성되도록 캠페인을 벌일 것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도서관인들의 대표자인 한국도서관협회는 매년 4월 초 1주일간 '도서관 주간' 행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금년에는 우리 위원회와 한국도서관협회가 공동으로 한층 다채로운 행사를 펼칠 계획이니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 또한 위원회의 역점사업으로 '도서관 남북교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결론적으로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한다. 가장 확실한 투자처 도서관에 투자해달라고. 비단 예산뿐만이 아니라 관심과 여론과 홍보 등 각자의 다양한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