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개막 … 중앙은행, 인플레 고민
미국, 소비자물가 5% 상승 다음주 연준 주목 … 유럽·일본 등은 기준금리 동결속 관망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재차 시사
미국 경제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1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상승했다. 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었던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4.7%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지난 4월 소비자물가가 큰폭(4.2%)으로 상승한 데 이어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고용사정도 좋아지는 흐름이다. 미국 노동부가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7만6000건으로 전주보다 9000건 줄어 6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경제가 사실상 셧다운되면서 실업자가 급증한 이후 고용관련 통계로는 가장 좋은 수치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다음주 15~16일 예정된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연준 주요인사들이 잇따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데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기준금리 인상까지 언급해 통화긴축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방송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연준이 시장을 대상으로 테이퍼링에 대비하도록 만드는 작업의 초기단계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필라델피아와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등 고위 인사 5명의 최근 발언을 종합하면 다음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상품 값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계속 무시할 것인지, 금리인상과 같은 과열을 막기 위한 조치를 앞당길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고 분석했다.
뜨거운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회의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대응 지원을 멈추고 통화정책 긴축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ECB는 "자금조달 여건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지난달 평가한 것과 일치해 이번 분기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에 따른 채권 매입을 올해 초보다 상당히높은 속도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이에 앞서 지난 3월 분기 코로나19 대응채권 매입 속도를 올해 초보다 상당히 높이기로 한 뒤, 두 달 연속 이같은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ECB도 물가상승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2.0% 상승했다. 이는 2018년 10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ECB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당초 1.5%에서 0.4%p 상향조정해 1.9%로 올렸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본만 여전히 경기가 차갑다. 일본은 1분기 성장률이 전년대비 마이너스 3.9%(연율 환산)로 주요 국가중 유일하게 역성장하는 등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지난 4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4%를 보여 경기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한번 시사했다. 이 총재는 11일 열린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하반기 역점 추진사업을 말하면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코로나19 전개상황과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과 사전에 충분히 소통함으로써 이들이 충격없이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이날 하반기에 한은이 해야할 일을 말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질서있는 정상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경기 회복세가 특별한 변수없이 이어진다면 올해 하반기에 한 두차례 현행 기준금리(연 0.50%)를 올릴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는 풀이다.
이에 앞서 한은 박종석 부총재보도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이지 않느냐"면서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 상황, 물가 상황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 두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이라고까지 봐야하느냐, 그건 아닐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반기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강하게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