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성 확보’ 주민-구청 함께 고민

2024-10-30 13:00:16 게재

노원구 ‘신속추진 포럼’ 효과

주민들 모여 매달 한차례 ‘열공’

“20쪽 보여주세요. 거기, 거기. 설명을 다시 한번 해주세요.” “33쪽 한번 띄워주세요. 우리 아파트는 왜 둘다 적용을 못 받는 겁니까?”

오승록 구청장이 10월 포럼에 참여해 주민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원평생교육원 2층 소강당. 저녁 8시가 지났는데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그에 기반해 다시 질문을 하는 주민들 열기는 가시지 않는다. 직전 강의때 여기저기서 사진에 담던 내용을 다시금 확인하는 중이다. 강사로 나선 전문가와 구 도시계획국장이 잇달아 답변에 나서지만 주민들 궁금증이 모두 해소되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급기야 오승록 구청장이 일어나 마이크를 잡는다. 오 구청장은 “법이나 조례에 규정된 내용을 각 단지별로 처음 적용해본 결과물”이라며 “오늘 자료를 토대로 주민들과 토론해보고 또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부서에 문의해달라”고 마무리 지었다.

30일 노원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월부터 한달에 한번꼴로 ‘재건축·재개발 신속추진 포럼’을 열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노원구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공동주택이 들어선지라 일시에 재건축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실제 지은지 30년이 지난 재건축 대상이 62곳에 달한다. 하지만 관련 규정은 수시로 바뀌는 데다 주민들은 난립하는 정보에 혼란스러워 한다. 구에서 포럼을 시작한 이유다. 구에서 주제를 정하고 강사를 섭외해 판을 펼치면 재건축추진위원회 등 주민들이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0월 주제는 지난달 서울시에서 결정 고시한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정부가 8월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기본계획 고시 이후 서울시와 자치구를 통틀어 처음 열리는 주민설명회다. ‘역세권 일대 준주거 상향 지침’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용적률 완화 예상치를 모의실험을 통해 뽑아냈는데 주민들 반응이 뜨거웠다. 노후단지 62곳 중 48곳이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단지를 고려한 ‘보정계수’는 노원구가 가중치 세분화를 건의해 지역 전체가 이익을 보게 됐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 단지는 대부분 보정계수가 2.0에 가깝고 1.5 이하는 없다”며 “0에 가까운 강남권과 확연히 비교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꼼꼼하게 분석한 자료와 세심한 답변 덕인지 주민들 스스로 “용적률 완화가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거나 “두가지 중 한개 기준만 적용받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 구청장은 “용적률을 완화하면 그만큼 기부채납을 해야 한다”며 “다만 사업성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보행통로나 공원 공공용지 위치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큰 소리가 나고 공무원과 지자체에 대한 타박이 이어지는 여느 주민설명회와 달리 두시간여에 걸친 이날 자리는 웃음과 박수로 마무리 됐다. 김창식 상계주공7단지 준비위원장은 “매번 포럼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한다”며 “전문가가 아니라 어려움이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포럼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10월 포럼 설문에 응한 44명 가운데 김 위원장을 포함한 39명이 ‘재건축 관련 업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한 이유다.

노원구는 지속적인 포럼을 통해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양방향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지역별 주택시장이 차별화되고 있어 유형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며 “주민들 입장에서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꾸준히 찾는 동시에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택공급 정상화에 기여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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