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기후총회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 드디어 합의하나

2021-11-01 11:42:36 게재

청정개발제도 전환시 우위 경쟁 치열 … 자국의 진정한 감축 아닌 해외 상쇄시장에 국한된 논의 우려도

이번엔 채택될 것인가. 12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최대 화두는 '국제 탄소시장 이행규칙'이다.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가 간에 거래하는 방법에 관한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던 교토의정서(교토체제)와 달리 파리협정의 신기후체제에서는 모든 국가가 해당되기 때문에 국제 탄소시장 이행 규칙 설정은 중요하다. 게다가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2050 탄소중립을 속속 선언하고 나서는 가운데 중요도가 커지고 있지만 몇 년째 세부 이행규칙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의장국인 영국의 알록 샤르마 COP26의장이 10월 3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의 절차적 개막 연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COP26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열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사진 AFP, 연합뉴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된 뒤 시장메커니즘 운영에 관한 세부 이행규칙은 3년 뒤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0년 이전 발행된 감축분 인정, 온실가스 감축분 거래 시 이중사용(double counting) 방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개도국-선진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시장메커니즘을 제외한 파리협정의 세부이행규칙만 채택한 뒤 막을 내렸다.

이후 2019년 스페인에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도 제자리걸음을 반복했고 코로나19로 COP26은 한해 연기됐다. 하지만 신기후체제가 시작,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탄소시장 이행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입김 무시 못해, 관건은 '환경 건전성' = 이번 COP26에서는 청정개발제도(CDM)의 지속가능체제(SDM)로의 전환 문제가 화두다. CDM이란 선진국(Annex Ⅰ)이 개발도상국(Non-Annex Ⅰ) 등에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분을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개발도상국 등은 환경·기술·경제지원을 받는다.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전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이번 COP26에서는 교토체제하에서 발생된 인증배출권의 전환 문제가 큰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된 CDM사업 분량 중 취소되거나 이미 소멸된 부분 외에 시장에서 대기상태에 있는 인증배출권들이 전체 다 이관될 수 있을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10월 30일 영국 글래스고의 중앙 기차역에 도착한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사진 가운데). 사진 AP, 연합뉴스


최 대표는 "중국이나 인도 등은 약속한 사항이니 전환을 해달라고 할 것이지만 어떻게 할지 이번 총회에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2023~2024년경에 소멸시효에 들어가는 인증배출권 사용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의 '국제 탄소시장 활용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전략 및 국내 이행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CDM사업은 대부분 중국 인도 등에 집중되어 있다. 아시아 국가별 CDM 프로젝트 수행 실적을 분석한 결과, 중국 비중이 50.2%나 됐다. 이어 인도 33.7%, 베트남 3.1%, 태국 2.7% 등의 순이다.

CDM 사업 과정 중 환경 건전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본디 취지에 맞게 최빈개도국에 기술·경제적지원이 더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큰 만큼 어떤 방향으로 CDM 전환 이행 규칙들이 만들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NDC 달성에의 사용·산정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제6.4조(지속가능메커니즘)에서는 CDM의 감축실적(CER) 등 교토메커니즘의 전환을 담고 있다.

교토메커니즘에서 이뤄진 CDM프로젝트와 CER을 파리협정 제6.4조의 활동 및 제 6.4조의 감축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CDM 사업 및 프로그램 사업의 파리협정 제6.4조 활동으로의 전환은 CDM투자 유치국가의 승인 하에 2023년 12월 31일까지 전환 절차를 마쳐야 한다.

◆투자한 국내 업체들 촉각 곤두서 = 국내 기업의 해외 CDM 사업은 124개다. 연간 예상 감축량은 2010만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CDM사업 기술로 인정받기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한 업체들 입장에서는 민감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외부 감축분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떠나서 당장 2030 NDC 달성을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월 27일 2030 NDC 상향안을 최종 확정했다.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감축 목표는 상향했지만 국외 감축분은 종전 2.2%(-1620만톤)보다 4.6%(-3350톤)로 2배 이상 늘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우리나라는 파리협정 제6조 시장메커니즘이 최대한 자발적이고 과도한 규제를 지양해 민간 감축 활동을 적극 격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민간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진행해 개도국 빈곤 퇴치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진정한 의미의 탄소 감축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다울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정책전문위원은 "파리협정 제6조를 탄소상쇄를 통한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조항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파리협정이 추구하고 있는 '시급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여전히 부족한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회원국 간의 협력을 어떻게 더 증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하는데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장 정책전문위원은 또 "탄소중립 선언 뒤 과감한 감축 노력 없이 과도한 탄소상쇄를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은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에 해당한다"며 "강화된 2030 NDC에서 해외감축 비중을 높인 한국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상응조정방식, 원칙은 '이중계산 불가' = COP26에서 또다른 핵심 논의 사항은 국가 간 탄소감축 이중 계산 문제다. 파리협정 제6.2조(협력적접근)에서는 감축실적(ER)의 국가 간 거래 시 중복 계산을 방지해 환경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주요 쟁점이다.

중복 계산을 막기 위한 상응조정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국가별로 해당 프로젝트의 사이클이 다를 수도 있는 등 하나의 통일된 방식이 있을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2011년 자체적으로 구축한 시장 메커니즘인 '공동크레딧메커니즘(JCM)'을 활용하고 있다. JCM은 양자간 협정을 통해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방식이다.

한때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은 누적방식에 대한 논란은 거의 사라졌다. 누적방식의 경우에 '국제적으로 이전된 감축결과물(ITMO)'의 과도한 사용으로 NDC 목표연도의 배출량이 급격히 하락하는, 환경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상응조정 방식이 쟁점이 된 이유는 당사국들의 NDC가 단일년도 목표와 복수년도 목표와 같이 감축목표 기간이 상이하고, 상응조정 방식에 따라 자국의 NDC 달성에 필요한 ITMO 총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응조정방식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어쨌든 기본 원칙은 하나로 통일할 수 있다. '하나의 탄소감축권이 두 나라에서 동시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이다.



■파리협정 = 온도상승 억제 목표, 감축이행 검토,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후재원 지원 등이 담긴 '신기후체제'(Post-2020) 최종 합의문.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운 1997년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첫 세계적 기후합의다. 2020년 완료된 교토 의정서 체계를 대체한다.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2℃보다 '훨씬 작게', 나아가 1.5℃로 제한해야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국은 2018년부터 5년마다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교토의정서 =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과불화탄소(PFCs) 수소화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등 6가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도록 합의한 국제협약이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 2월 공식 발효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 규약으로 자리 잡았으나, 개도국의 대표주자인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제외되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탈하면서 반쪽짜리 규약이라는 한계를 갖게 됐다. 교토의정서는 2020년 만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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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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