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권 말 조직 늘리기 급급한 기재부

2022-02-24 11:37:24 게재
기획재정부가 임시조직을 확대해 국장급 정규조직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3개월도 남지 않는 문재인정부 말미에 조직을 신설하려는 기재부의 의도는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차기정부의 거시·미시 경제정책과 조직도 불투명한 상황 아닌가.

결국 기재부의 조직신설 추진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급망 이슈를 선점해 조직을 키우려는 건 아닌지, 혹은 부처내 인사적체 해소용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미중 패권경쟁 △보호무역구조 심화 △선진국·신흥국간 수직적 분업구조 변화 △4차산업혁명 확산 등 세계시장의 글로벌 공급망(GVC)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가속화된 공급망 충격은 통상질서의 판을 '복원력'(resilience)과 '안정성' 중시 방향으로 새롭게 짜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 등 급변한 통상안보 환경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부터 산업안보 TF를 구성, 리튬 실리콘 마그네슘 등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은 첨단·핵심 소재를 관리해왔다. 2월 초에는 국내 첫 공급망 분석기관인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도 출범시켰다. 외교부는 경제안보TF에서 외교안보를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의 공급망 조직 신설은 공감대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부처간 업무중복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가 신설하려는 경제안보공급기획단은 산업부·외교부로부터 정책을 보고받는 역할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국무조정실이 있으니 별도 조직을 만들 필요도 없다.

기재부는 경제 재정 금융 등 '거시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게 주 업무다. 하지만 공급망 이슈는 반도체 요소수 등 개별 품목을 살피고 챙겨야 하는 '미시경제' 영역이다. 산업계와의 연계·소통 핵심이다. 말 그대로 현장에 답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공급망 이슈는 미시경제를 담당하는 상무부가 주도한다. 거시경제부처인 재무부는 업무를 탐하지 않는다. 부처간 이견은 백악관이 조율한다.

실례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디지털 무역·무역 촉진을 담당하고,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공급망·인프라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우리 정부의 카운트파트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맞는 것 같다.

문재인정부 임기를 3개월 남겨놓은 지금은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조직 이기주의나 자리 늘리기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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