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옆 보수시위 이해 안 돼"
시민들 2차 가해 비판 "애도 못할망정"
종교인 호소문 "유족 보호 대책 마련"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주변 장소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상대로 한 2차 가해가 문제 되는 가운데 시민들은 슬픔에 위로를 못할망정 유족을 폄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1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서 만난 40대 윤 모씨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트라우마를 겪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 같이 슬퍼하지 못할망정 너무 막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수습해야 할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 옆에는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집회 방송 차량을 두고 텐트를 친 채 시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분향소 앞과 옆에는 '이태원 참사를 즐거워하는 000' '남의 죽음 위에 숟가락 올려 정치선동 잘 하는 0000 꺼져'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마포구에서 왔다는 최 모씨는 "현수막 문구를 보고 놀랐다. 왜 철거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가"고 말했다.
희생자 중에 지인의 딸이 있다는 40대 한 모씨는 "어릴 때 봤는데 이렇게 영정으로 보게 되니 가슴이 아프다"며 "본인 자식이나 지인 가족이 이런 상황을 당했어도 같은 이야기를 할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추모의 장소로만 이용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
같은 날 한국기독교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원불교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호소문을 내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종교인들은 "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희생자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생겼다"며 "질책과 책임 전가, 비난과 조롱 등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또 "경찰은 2차 가해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를 하고 정부는 유가족의 사회적 보호를 위해 조속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신고된 집회로 시위에 대한 자유가 있어 제한할 수 없다"며 대화경찰을 포함한 병력을 배치해 혹시 모를 충돌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해당 단체가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 아니라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분향소 현장을 관리하는 시민대책회의 최헌국 목사는 "처음에는 말로 하고 호소도 했는데 안 되니 유족이 무릎을 꿇고 부탁까지 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합동분향소는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가 관리하는 가운데 당분간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날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공간은 유족과 이태원 상인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추모와 애도 물품이 정리되기도 했다. 편지와 애도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로 옮겨졌고 다른 물품을 분향소로 이전됐다. 이들 물품은 별도의 공간이 마련될 때까지 임시 보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