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조선노동당에 전달’ 쟁점 부상
이화영 ‘술자리 회유’ 의혹 제기하자
검찰 ‘800만달러’ 대상 등 공소장 변경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재판에서 800만달러를 받은 북한쪽 최종 상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선노동당’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당초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에 허가받지 않고 외화를 밀반출했다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하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4일‘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을 제기하자, 검찰은 지난달 9일과 24일 두 번에 걸쳐 ‘북한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조선노동당에 외화 전달’로 바꾸는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일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회장 등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공판에서 “(800만달러는) 북한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북한의 실체인 조선노동당의 협조를 받기 위해 현금을 건넨 사건”이라며 “김정은에게 보고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새롭게 제기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 출석한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쌍방울그룹이 2019년 1월과 같은 해 5월 스마트팜사업 등을 포함해 북한과 체결한 두가지 합의서에 따르면 북한 국책사업이 맞다”며 “증인은 (단체라 하지 않고) 북한측에 돈을 보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사업은)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진행이 잘 안되자 (김 위원장이) 실무자들을 질책도 했다고 한다”며 “증인은 이 내용을 들어봤냐”고 신문했다.
그러면서 “김성태가 검찰조사에서 300만달러 중 200만달러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리호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며 “이 진술은 증인의 검찰 진술과 일치하는데 김성태 진술이 맞냐”고도 따졌다.
방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계약서를 쓸 때는 조선노동당이다 뭐다 하는 개념이 없었다”며 “조선아태위라는 인식 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또 “당시에는 김정은이라 지칭한 것이 아니라 아바이였다”며 “(김영철이) 아바이한테까지 보고가 됐는데 약속이 안 지켜져 곤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으로 돈을 보내기 전 위법이라고 검토했고, 쌍방울그룹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한 사실도 안다”며 “증인신문을 받다보니 조선노동당이 있고, 그 위에 김정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재판은 김 전 회장이 받는 혐의 중 이 전 부지사 등과 공모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낸 혐의 등을 따로 분리해 진행됐다.
형사합의11부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의혹 재판도 맡고 있는데, 지난달 26일 이 전 부지사의 선고가 6월 7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해, 김 전 회장의 관련 혐의 심리도 이에 맞춰 5월 14일쯤 종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검찰청 술자리 회유’ 고발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수원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