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포위훈련’ 중국-서방 ‘으르렁’
미국·EU, 긴장고조 우려·자제촉구 … 중국 “내정간섭 중단하라”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23일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오전 7시 45분(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및 진먼다오, 마쭈다오, 우추다오, 둥인다오 등에서 육·해·공·로켓군 병력이 참가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들도 중국군 발표를 주요 뉴스로 전했다.
‘연합리젠(利劍)- 2024A 연습’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날 훈련은 대만을 한 가운데에 두고 주변 해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리시하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대만 섬 북부와 남부 해·공역에서 대해상 돌격과 대육상 타격, 방공·대잠수함 등 과목 훈련을 지속했고, 전구 부대의 다중 영역 협동 및 연합 타격 등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면서 “이 훈련은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독립’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응징)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밝혔다.
이날 동부전구는 훈련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별도로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 해경국도 푸젠성 해경이 우추다오와 둥인다오 인근 해역에서 함정 편대를 조직, 종합 법 집행 훈련을 전개해 합동 순항과 신속 대응, 비상 대응 능력을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이번 훈련은 대만을 겨냥해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무력시위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라이 총통은 20일 취임 연설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해 주권 등을 포함한 현상유지 입장을 밝혔으나, 중국은 대만의 주권 주장이 곧 ‘독립’ 주장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군 당국도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규정에 따라 육·해·공군을 투입해 대응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만의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라이 총통은 이날 대만 북부 타오위안 소재 해병대 제66여단을 찾아 “대만 정부는 외부 도전·위협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이 취임 후 군 통수권자로서 일선 부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훈련에 대해 미국과 EU 등 서방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스티븐 스클렌카 미군 인태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의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중국군의 대만해협 훈련과 관련해 “우리는 이런 일을 솔직히 예상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늦어도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모두 마칠 것을 지시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실제 공격이 불가피하거나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갈등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무수한 생명, 수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경제 피해, 지난 80년간 상대적 평화와 안정을 안겨 준 국제질서 유지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EU는 대만해협의 현상 유지에 직접적인 관심이 있다”며 “우리는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모든 일방적 행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EEAS는 중국군의 군사 훈련이 양안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당사국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양안 관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스클렌카 부사령관의 발언을 겨냥해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기고 지지함으로써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중국의 국가주권과 영토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모두 반드시 중국의 결연한 반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 역시 이번 훈련기사와 별개로 게시한 사설을 통해 ‘독립을 추구하는 라이의 시도는 반드시 강력한 반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대만을 둘러싼 역내 긴장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이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 나선 것은 라이 당시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방문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군은 라이 부총통의 미국 방문 후 귀국에 맞춰 육·해·공군을 총동원한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통해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