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의 북방연대 딜레마와 북러동맹

2024-07-04 13:00:01 게재

지난달 푸틴 방북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다. 조약 제4조에 군사원조 항목을 두고 있어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의 군사동맹이 사실상 복원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원 결정에 “UN헌장 51조와 양측의 법에 준하여”라는 조건을 두고 있어 ‘자동 군사개입’의 구속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한반도에서 북러 결탁과 한미일 안보동맹 사이의 신냉전구도가 매우 선명해졌다. 새 조약이 김정은의 ‘두 개 국가론’에 뒷배 역할과 함께 고립된 북한의 모험주의를 자극할 우려도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한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러북 간 양자 교류”의 문제라며 거리를 두었고, 서울 개최 한중 외교안보대화에 참석한 쑨웨이동(孫衛東) 외교부 부부장은 “러북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견제성 발언으로 해석될 근거를 남겼다.

한편 환구시보는 두보(杜甫)의 시를 인용해(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때 맞춰 내리는 반가운 봄비”에 비유했다. 중국이 날짜를 변경할 수도 있는 한중대화를 푸틴의 방북에 맞춰 진행했고, 중국 관영매체는 이를 ‘호우’(好雨, 반가운 소식)라고 논평한 것이다. 그래서 푸틴의 평양 방문과 같은 날 차관급으로 격상된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처음 개최된 것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숨은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방 4개국의 반미 결속과 이해관계 균열

중국은 그동안 다극화 국제질서 구축과 유라시아 지역통합 목표를 위해 러시아 이란 북한을 잇는 권위주의 연대를 구축해왔다. 중국은 유라시아 뒷마당을 북방연대로 묶어놓고 일대일로와 3개 글로벌 이니셔티브(발전 안보 문명) 전략으로 미국의 패권에 맞섰다. 중국을 주축으로 3개국을 양자관계로 관리하는 중국판 ‘중심축과 바퀴살(Hub & Spoke)’ 외교다. 여기에 미국의 손길이 약해진 ‘글로벌 사우스’를 향해 경제와 안보영토를 확장하는 데도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의 외교전략가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1997년 출간한 ‘거대한 체스판’에서 이미 중국-러시아-이란이 합세하는 반패권 동맹을 가장 위험한 잠재 시나리오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시나리오가 25년 지나서 실제로 가시화된 가운데 브레진스키가 미미한 종속변수로 취급했던 북한까지 독자 핵무장으로 유라시아 지정학에 제4의 축이 되었다.

중국에게 러시아는 미국의 포위 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북방연대의 주축이다. 중국은 막대한 원유 구입으로 러시아 전시경제를 지탱해준다. 이란과는 25년 간 이란산 원유의 안정적 공급 대가로 4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 합의하고, 중동의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정상화를 성사시켰다. 푸틴은 집권 5기 첫 출장으로 지난 5월 베이징을 찾았다. 이른바 ‘새로운 추축국(New Axis)’이 된 북방 4개국의 최근 연대 모습이다.

그런데 이 같은 4자연대의 동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새로운 북러조약이 중국의 전략이익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북방연대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러 군사밀착에 거리를 두려는 중국의 속내를 간파한 러시아는 중국 중심의 4자연대 포석에 불복해 독자적으로 북한 베트남과 개별 연대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북한은 최근 세차례 특별 방북한 중국 고위사절단을 홀대하며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기대 이하의 소극적인 지원에 불만이 크다.

중국의 딜레마를 북핵 억지 레버리지로

지금 중국은 북방연대 협력과 서방의 2차 제재 회피를 동시 고려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북러 신조약은 이들의 연대라인에 결정적인 위기를 불러왔다. 푸틴과 김정은이 조성한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중국은 대미 저항의 한 축인 북한에 대한 영향력 약화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버림받은 북러와 연루되는 외교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이중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따라서 이 같은 중국의 딜레마를 직시해 동북아 안보지형 관리에 냉철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 질서에 깊이 편입된 중국은 ‘북중러 vs 한미일’ 대결을 추구하지 않는다. 진영화의 이익보다 글로벌 공급망 타격의 손실이 더 크다. 한반도 충돌방지 측면에서는 한미중 3자가 막후 공조모색도 가능하다. 한반도에 ‘평화적 공존’의 공간은 여전히 넓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조용한 소통과 대화를 진전시키는 균형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봉섭 광운대 초빙교수 전 중국 심양주재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