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강달러, 그리고 트럼프와 파월의 시간

2024-07-05 13:00:00 게재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대선 1차 토론 결과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면서 미 월가에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토론 직후인 6월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등록유권자 15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대선 지지율은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49%)과 큰 격차를 보였다. NYT는 반올림되지 않은 득표율을 사용해 계산하면 두 후보의 격차는 9%p에 달한다고 밝혔다. 첫 TV 토론회 이후 측근인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사퇴론이 터져나오는 등 바이든 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 대선 1차 토론 후 자산시장에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

미국의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월가의 ‘트럼프 트레이드’는 주로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발표한 경제정책과 연관성이 높은 자산 종목은 오르고 바이든정부의 관련 자산군은 내리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되돌리겠다고 경고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고자 하는데 이 정책을 비판하는 공화당과 화석연료 업계는 이를 ‘내연기관차 금지’라고 부른다. 2016년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의 금리상승이 발생했고 주식시장에서는 원유를 비롯해 철강 등 자원주와 자본재 주식매수가 일어났는데 올해에는 각 자산군이 어떻게 움직일지 대비하는 식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트럼프가, 의회는 어느 하나 혹은 둘 모두를 민주당이 가져가는 ‘Trump with Divided Govt’와 대통령-상원-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는 경우인 ‘R Sweep’ 반응이 주식 환율 금리변화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가령 R Sweep 경향이 강했던 7월 첫째주에는 S&P 500 2.0% 상승, 엔화 5.1% 하락, 10년물 미 국채금리 37bp 상승현상이 나타났다. 11월 5일 미 대선 때까지 이 같은 트럼프 트레이드는 미국 주식과 국채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변화요인이 될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독주’는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통화의 가치는 반대로 추락(환율 상승)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161엔을 돌파해 1986년 이후 37년 만에 최고(엔화 가치 최저)로 치솟았다. 달러당 위안 환율도 7.3위안을 넘어서서 약 7개월 만에 최고치(위안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엔·위안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서 원화도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8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선을 바라보고 있다. 통화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외환보유액이 79억달러 넘게 줄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상향하지 않았다면 1400원대의 심리적 저항선이 뚫렸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모두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미 재무부는 최근 발간한 ‘2024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지난해 1~4분기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1% 규모의 달러 순매도를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270억달러(한화 약 37조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 외에도 한국(GDP 대비 0.6%), 스위스(16.7%), 호주(0.1%), 태국(0.6%), 말레이시아(2.3%) 등이 외화자산을 순매도했다고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 기재했다. 이들 국가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헐었다는 뜻이다.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으로 9월 금리인하 전망 높아져

최근의 강달러 현상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금리 조기인하 행렬과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이 겹친 게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캐나다·유로존·스위스·스웨덴·멕시코·브라질·체코·칠레·헝가리에 이어 오는 8월 영국까지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환율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파월 연준의장의 6월 29일 포르투갈 신트라 ECB 포럼 발언인 ‘디스인플레이션의 진전’은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파월의 최근 발언을 보면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 ‘실질적 진전(real progress)’ ‘어느 정도 진전(quite a bit of progress)’으로 “디스인플레이션 재개 경로로 돌아가고 있다(We are getting back on a disinflationary path)”고 밝히고 있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