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규환 인천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인공지능 격차 줄이는 데 도서관 역할 필요해"
도서관 예산에 유료 생성형 AI 이용료 반영할 시점 … 누구나 AI라는 ‘보편적 인턴’과 함께 일하는 시대
도서관은 사물인터넷에서 메타버스를 지나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출시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도서관 분야에서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가 이어진다. 김규환 인천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10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만나 도서관 분야의 사물인터넷과 메타버스, 생성형 AI 활용에서부터 AI 시대 도서관의 역할 등을 들었다.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에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
NFC(10cm 이내 거리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비콘(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등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어린이책에 NFC 태그가 붙어 있을 때, 관련 어플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으면 음성으로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대출도 책의 NFC 태그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이용자가 도서관에 처음 왔을 때 ‘도서관 불안’ 현상이 나타나는 데 이런 기술들을 활용해 음성으로 안내를 해준다면 불안을 덜게 할 수 있다. 이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면 NFC 태그를 활용해 음성을 통해 책의 위치를 알려줄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엔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이용자들의 방문이 쉽지 않다. 새로운 이용자 창출에 한계가 있다면 기존 이용자들이 더 적합한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예컨대 특정 서가를 이용자가 둘러보고 있을 때,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을 자주 한 저자의 책에 대한 정보를 팝업으로 스마트폰에 띄워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도서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우연한 즐거움, 풍부한 이야기와 경험들을 제공해줄 수 있다. 도서관은 정말 풍부한 저자들이 웅성웅성 떠들고 있는 곳이다. 새로운 기술은 이용자들이 그런 저자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서관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최근엔 이용이 저조하다고 들었다.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만나지 못하는 가운데 아바타로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 필요해서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로블록스 등의 플랫폼에서 아이들은 메타버스를 즐겼다. 코로나19 상황 이전의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여전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도서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메타버스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메타버스가 보다 대중화되려면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기기들의 가격이 내려야 한다. 기기의 렌즈 등도 보다 발전해야 한다. 아울러 메타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져야 한다.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아바타로 오래 머물게 되면 메타버스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다. 그랬을 때 메타버스 도서관이 발전할 수 있다.
메타버스 도서관에도 사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미국의 경우 세컨드라이프라는 플랫폼에 위치한 메타버스 도서관에 근무할 사서를 채용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AI 사서가 메타버스 도서관에 투입될 수 있다. 이런 기술 변화와 시장 상황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나가야 한다.
●도서관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생성형 AI는 옆에 ‘보편적 인턴’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많은 문서를 익혔고 코딩도 할 수 있는데 도서관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턴이라고 보면 맞다. 도서관에서 책을 구입해야 하면 생성형 AI에게 각 서점의 인터넷주소를 주고 특정 분야 서평들을 분석하게 한 다음, 도서관이 이미 소장하고 있는 특정 분야 책의 목록을 주고 앞으로 구입해야 할 책의 목록을 뽑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쫙 정리해서 가져다준다. 책의 구입뿐 아니라 도서관의 모든 업무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도서관 외 전 분야에 해당한다.
이제 각자는 AI팀을 꾸릴 수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 AI 여러개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성형 AI 6개에게 일을 분배하고 각 AI가 일을 한 것을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등의 업무 설계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각 업무를 잘 할 것 같은 생성형 AI를 파악하고 일을 맡겨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업무의 단계를 설정하고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느냐에 있다. 업무 전반을 기획하고 AI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시켜서 결과를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개별 도서관의 데이터를 학습할 수도 있을까.
도서관이 갖고 있는 데이터들을 생성형 AI가 학습하고 해당 도서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인들이 책에 대한 서평을 공유하는 ‘라이브러리띵’(LibraryThing)이라는 홈페이지가 있는데 생성형 AI가 해당 홈페이지의 모든 데이터들을 학습한 후 일반인들의 문의에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나만의 데이터가 있느냐, 나만의 지적재산권(IP)이 있느냐가 매우 중요해진다. 도서관이 많은 책에 대해 개별적으로 추천도서를 만들고 분류를 하는데 그런 고유한 데이터들이 중요해지는 거다. 이렇게 되면 사서를 대신해서 해당 도서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을 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 수도 있다.
생성형 AI들은 보통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현을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는데 도서관 서버 혹은 개인 PC에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기반의 생성형 AI들도 있다. 이런 경우 개인정보 유출에 신경 쓰지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각 도서관이 개별 도서관에 도움이 되는 AI 사서를 키울 수 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나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무조건 생활 속에서 사용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 장단점, 윤리적 문제 등을 체화할 수 있다.
보통 문과계열 학과를 졸업하면 코딩을 어려워했는데 이제 직접 코딩을 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이 코딩을 짜준다. 그러면 그 코딩을 읽을 줄만 알면 된다.
영어 공부를 하는 노력의 1/10이면 파이썬 등 코딩 공부를 할 수 있다. 이제 영어 공부하듯이 코딩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어린이들은 당연히 코딩 공부를 해야 하는 거고 성인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경우, 이런 노력을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기 때문에 조직 차원에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도서관과 사서에게도 당연히 해당된다.
사서 재교육에 반드시 코딩 교육이 포함돼야 하며 무료 버전이 아니라 유료 버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유료 버전을 써야 한다면 모든 계층이 AI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재정적인 문제로 AI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생성형 AI 4개를 1달에 약 8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사용한다. 교수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대학생은 어떨까. 저소득층은 쉽지 않을 거다.
AI 리터러시를 가르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도서관에서 이제는 생성형 AI 이용료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모든 이용자에게 유료 생성형 AI를 제공하는 건 예산 문제로 어려울 수 있지만 어린이나 저소득층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유료 생성형 AI를 활용하게 하는 건 필요하다.
도서관의 가치는 평등이다. 돈이 있든 없든 누구나 도서관에서 평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와 저소득층이 도서관에서 평등하게 AI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 예산만으로 쉽지 않다면 관련 공모사업에 응하고 재능기부를 받아 관련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수 있다. 도서관이 AI와 관련하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현장 도서관과 학계, 산업계가 긴밀하게 교류하는 것도 필요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