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나토의 아시아 진출과 한반도

2024-07-16 13:00:03 게재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4개국(IP4), 즉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초청됐다. 이는 나토가 아시아 지역까지 확장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토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 지역, 특히 한반도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논란과 우려가 제기된다. 나토의 아시아 진출은 표면적으로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IP4 국가들은 군사적 협력과 정보 공유가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안보 위협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 도발과 중국의 군사 팽창에 대비해 나토와 협력을 통해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나토의 아시아 진출이 한반도의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나토의 동진’에 맞선 중국 군사력 강화, 한반도 긴장 고조 우려

나토의 아시아 진출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2년, 나토는 동맹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안보 도전국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번 워싱턴 공동성명에서도 중국의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도전 우려를 명시하며, IP4 국가들과의 협력강화가 나토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은 나토가 IP4 국가들과 연계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을 ‘나토의 동진’으로 규정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나토는 아시아·태평양과 중국 주변 국가, 미국의 동맹에 손을 뻗어 군사 안보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추려 한다”면서 “이는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나토의 아시아 진출에 대응해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도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13일 성명에서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아시아 지역의 친미 추종국들을 나토에 끌어들이려고 집요하게 시도해왔다”라며 “미국이 추구하는 나토의 세계화전략이 전 세계적인 전쟁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은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최근호 ‘나토가 아시아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란 글에서 “나토와 아시아 파트너의 협력이 양측 모두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나토의 아시아 진출을 적극 환영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반면,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관계 등을 고려해 나토 진출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러나 나토와의 협력 강화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 것이며, 이는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군사적 협력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을 경계할 것이며, 이는 외교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나토와의 협력 강화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나토와의 협력이 단기적으로는 안보를 강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상황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관계가 더욱 악화돼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한반도 평화라는 최우선 목표 위한 전략적 접근해야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않으려는 아세안 국가들은, 나토의 아시아 진출이 미중 사이의 균형유지를 깨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앞의 포린 어페어스 기사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이 이 지역에 ‘냉전적 사고방식’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 유엔주재 싱가포르 대사였던 키쇼어 마부바니는 “가장 큰 위험은 나토가 재앙적인 군사주의 문화를 동아시아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나토의 아시아 진출이 한반도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토와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이를 통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위해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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