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꺾이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주요 5대 은행서 이달 들어서만 3조6000억원 급증
일부 은행 금리인상에도 집값 불안이 대출수요 키워
국내 주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거침없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금리가 하락하는 데 따른 대출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뒤늦게 은행권 대출관리에 나서고 은행은 금리 인상을 검토하지만 증가세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자체 취합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18일 기준 712조1841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에 비해 3조6118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도 5조3415억원 급증해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늘어난 가계대출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다. 이번달 주담대는 전달(552조1526억원)보다 3조7991억원 증가한 555조9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계대출 전체 증가액(3조6118억원)보다 더 큰 규모이다. 전세자금 대출이나 신용대출은 줄었거나 증가세가 미미하지만 주담대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면서 5대 은행 가운데 4곳은 이미 올해 연간 대출증가 관리목표를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5대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신규 증가액 목표 총액은 12조5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6월 말까지 누적 증가액은 지난해 연말 대비 16조1629억원이다. 은행별로는 5대 은행 가운데 7월 들어 목표 수준을 넘어선 곳이 이미 4곳에 이른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특히 주담대가 빠르게 늘어나는 데는 최근 다시 커지는 부동산시장 불안감이 대출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6936건으로 2020년 12월이후 3년 6개월 만에 7000건 돌파를 내다보고 있다. 6월 거래 물건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신고할 수 있어 7000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주담대 금리도 내려가는 추세여서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수요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은행권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4.56%) 이후 지난 5월(3.91%)까지 7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개별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3%대 초반은 물론 일부 2%대 후반까지 내려갔다.
예컨대 KB국민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840~5.294% 수준이다. 이는 이달 5일(연 2.900~5.370%) 대비 상단(0.076%p)과 하단(0.060%p) 모두 하락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금리도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대출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급증하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대출 관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이달 15일부터 5대 은행 등에 대한 현장점검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주담대 고정형 금리를 0.02%p 인상했고, 신한은행도 15일부터 주담대 고정형 금리를 0.05%p 올렸다. 우리은행도 24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가운데 기준금리 5년 변동상품의 대출금리를 0.20%p 상향 조정한다.
하지만 당국과 은행의 일시적 금리인상 조치가 급증하는 가계대출 추이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국이 스트레스DSR 2단계를 9월부터 본격 시행해 가산금리를 추가로 올린다고 하지만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실질적인 억제효과는 불투명하다. 특히 종부세 폐지 등 집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는 메시지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주담대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