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등에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 늘어
2023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코로나19 유행 후 사용하지 말것을 권장하는 감기 등 호흡기질환 치료에 항생제 처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1일 심사평가원 누리집 및 이동통신 앱 등을 통해 ‘2023년(제56차)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결과를 공개한다. 이번 평가는 전체 의료기관(총 5만4017개소)을 대상으로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심사 완료된 외래 진료내역을 평가했다.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과 급성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주로 발생한다. 때문에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항생제는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처방률은 41.42%로 전년도 32.36% 대비 9.06%p 증가했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2002년 73.33%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여년 동안 절반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 항생제 처방이 증가했다.
병원 50.97%, 의원 40.90%, 종합병원 32.79% 순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다. 상급종합병원이 4.44%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48.68%로 급성상기도감염에 항생제를 가장 많이 처방했다. 소아청소년 42.89%, 성인 40.37%이며 노인이 27.24%로 가장 낮았다.
급성기관지염 등 급성하기도감염 항생제처방률은 59.76%로 전년도 54.06% 대비 5.70%p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의원 60.09%, 병원 58.53%, 종합병원 46.67% 순으로 항생제 처방률이 높았고 상급종합병원이 8.87%로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62.65%로 가장 높았고 소아청소년 61.72%, 성인 60.13%, 노인 44.30% 순이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23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이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유행하면서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의 감별 진단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또한 하기도감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세균에 의한 이차 감염을 우려해 항생제 처방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이어 “임상 현장의 어려움이 있지만 항생제는 적절하게 처방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 발생 위험과 항생제 내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급성 상·하기도 감염(감기 급성기관지염 등)은 주로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인만큼 항생제 처방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