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지방정부 못 쓴 돈 294조원
불용 119조원·이월 174조원
한병도 “결산·편성 연계해야”
최근 5년간 지방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쓰지 못하거나 다음연도로 넘긴 금액이 29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 책정이나 관행적 예산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예산부서 전문성 강화, 예산 결산과 편성의 연계성 강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병도(민주당·전북 익산시을) 의원에 따르면 최근 5개 회계연도(2018~2022년)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총 불용액은 119조원, 이월액은 17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용·이월액을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가 67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30조4000억원, 경북 28조7000억원, 경남 24조9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경기의 경우 5년 치 불용액과 이월액이 33조6000억원, 33조8000억원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았다.
불용액은 △경기 33조6000억원 △서울 16조7000억원 △경북 9조5000억원 △경남 8조9000억원 △전남 7조6000억원 순이었고, 이월액의 경우 △경기 33조8000억원 △경북 19조1000억원 △전남 14조6000억원 △서울 13조6000억원 △강원 12조6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불용액은 당해연도에 편성된 예산 중 사용하고 남은 집행잔액을 가리키며, 이월액은 지출하지 못하고 다음연도로 집행이 이월되는 금액을 뜻한다. 지방재정 운용의 비효율성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재정이 주민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집행 단계에서 사정이 변경돼 일부만 집행하기도 하지만 편성 단계에서 부터 예측이 잘못된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반복되는 불용·이월예산을 줄이기 위해 재정집행을 독려하고 우수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매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예산편성 단계에서 ‘일단 세우고 보는’ 관행적인 과다 편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결산검사와의 연계성 부족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한병도 의원은 “지방재정 불용·이월의 반복은 지자체 결산검사 취약성에 기인한다”면서 “결산검사를 강화해 이를 예산 편성과 연계하면서 지방정부 예산운영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전국 광역자치단체 의회가 선임한 결산검사위원 총 194명 가운데 지방의원과 전직공무원이 101명(52%)인데 반해, 공인회계사 등 전문가는 37명(19%)에 불과했다. 예산결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보다 효율적인 예산편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