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은 역사전쟁…국민운동 펼쳐야”

2024-09-06 13:00:02 게재

광복회 학술토론회서 임형진 교수 주장 … 뉴라이트 계열 반역사인식 정면비판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른바 뉴라이트 성향으로 일컬어지는 인사들이 현정부 주요 직책을 도맡으면서 불거진 건국절 논란을 결코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 명백한 ‘역사전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형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6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광복회와 박홍근 의원(홍범도기념사업회이사장) 공동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정체성과 건국기원절’ 학술토론회 제3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내일신문이 사전입수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임 교수는 ‘건국기원절의 재인식과 반역사적 논쟁’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문을 통해 건국기원절 논란의 배경과 뉴라이트 계열의 반역사적 인식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임 교수는 “건국기원절 논란이 생긴 것은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권력의 중심으로 부각된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학자들이 거론하면서부터”라며 “이들은 우리의 건국은 1948년 8월 15일 이승만의 제1공화국부터라고 주장하며 해방 이전의 시대 즉,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보다는 생산력 증대 등을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그 시대가 오히려 정당했다는 식의 논지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각을 지닌 뉴라이트 등장은 학교에서만 거론되던 친일적 식민사관이 본격적으로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온 것으로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논쟁이 시작된 뒤 전선이 확대되어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적인 논쟁이 붙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이 수립되자 2008년을 건국 60주년으로 선언하고 건국절 축하제를 열었고 일제하의 투쟁이 왜곡되고 폄훼되기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 안써도 되는 국력을 낭비했다고 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또다시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대거 권력의 중심부로 진출하더니 두 번째 공세를 시작했다고 현상황을 진단했다. 이들에 의해 강제징용자 처리 문제에서부터 일본군 성노예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등 사회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등장했고, 급기야는 항일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행적을 두고는 진즉에 박물관으로 들어간 이념 논쟁을 들고 나와서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 건국절 논쟁”이라며 “그들은 왜 집요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만들려고 하는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렇게 역사 해석을 달리하는 세력이 의도하는 바는 “이승만 정당화, 독재시대의 정당화, 국가폭력의 위장과 오도, 그 최종판으로 건국절 논란을 야기함으로써 우리의 정신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영구화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뉴라이트의 건국절기원 논란은 이들 주장의 최종단계라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의 한결같은 논리는 과거의 치부는 덮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며, 그들에게 독립운동가는 그저 시대에 제 앞가림도 못한 인물일 뿐이고 철저하게 자기 이익을 극대화한 친일파가 오히려 정당했다는 인식이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건국이 이승만정권의 수립부터라면 한민족의 건국은 이제 겨우 70여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 것이며 그러기에는 우리가 공유하는 역사와 문화는 너무나 할 이야기가 많다”면서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하고 반역사적 인식인지를 규명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우선 현 정부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논쟁을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 명백히 역사전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광복회를 필두로 관련 항일운동 단체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과의 연대와 제휴를 통한 대규모적인 국민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며, 과거사 청산을 위한 엄격한 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홍보 전략을 극대화해야 해야하며, 뉴라이트 관변 지식인에 대항해 올바른 인식이 있는 지식인들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노력을 문화운동으로 확산시킬 노력이 필요하며, 독일의 경우처럼 정치학교를 만들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교육을 실시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임 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로 나선 이시종 민화협사무처장(통일인문학박사)은 “뉴라이트 세력이 30년 가까운 활동을 통해 민족의 정통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사기관까지 장악하게 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한 뒤 “2004년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주창하면서 등장한 뉴라이트 세력은 친일파 후손 세력과 이승만 대통령 추종 세력, 보수 개신교 세력, 극우반공주의 세력 등으로 정리된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임 교수가 제기한 6가지 대응방안에 동의를 표시한 뒤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역사기관에 진출한 뉴라이트 세력이 ‘역사해석권’을 장악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이 2015년 ‘국정교과서’ 파동 후에도 지속적으로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고, 독립전쟁의 역사를 왜곡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향후 ‘역사교과서 개정’과 관련하여 본인들의 주장을 담아내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역사기관의 ‘역사부정’에 대해 철저한 대비와 함께 이들 기관들의 뉴라이트 세력에 대한 예산과 행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며, 이를 막기 위한 국회와 시민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국회나 민간단체, 방송국 등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명부나 사전 등을 작성한 적이 있으나, ‘신친일파’에 대한 기록을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민족정체성 확립과 독립정신 고취를 위해 광복회가 제정한 ‘뉴라이트 정의’를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고, 뉴라이트 입장을 주장하는 단체나 인물들에 대해 광복회 뿐만 아니라 역사기관이나 단체에서 이들의 ‘반역사적’ 행위를 작성·기록해서 역사의 심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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