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세 원칙,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험대
민주당 과세원칙 흔들, 중도층 ‘시행’→‘글쎄’
“유예·폐지, ‘저항하면 과세 못해’ 잘못된 신호”
여론에 밀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진보진영에서는 시행이 예고된 제도 도입을 ‘표심’을 의식해 머뭇거려 결국 조세저항을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공정과세 원칙에 따라 4년 전에 도입돼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유예’나 ‘폐기’를 결정하게 되면 앞으로 조세부담을 높이는 증세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자동응답방식으로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안’에 대해 물어본 결과 44%가 반대 입장을 보였고 ‘매우 반대’도 30%에 달했다. 찬성은 36%였다. 두 달 전인 7월말 월례조사 때와 비교하면 반대는 2%p 낮아졌고 찬성은 6%p 높아졌다.
매월 실시하는 참여연대-리서치뷰의 올 2월말 조사에서는 ‘주식 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근로소득세처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긍정(53.3%)이 부정(31.2%)을 월등히 앞섰다. ‘주식 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4월말(부정 55%, 긍정 31%)과 5월말 조사(부정 57%, 긍정 27%)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물어도 과반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다가 민주당 내부에서 ‘유예’와 ‘폐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60% 안팎의 진보성향의 유권자는 ‘공정과세 원칙론’을 지지해오고 있는데 반해 보수진영의 ‘금융투자세 폐지’ 의견이 강해졌고 중도성향의 ‘변심’도 눈에 띈다. 지난달 말 조사에서 이념성향별로 보면 금융투자세 폐지에 대해 진보층 62%가 반대했다. 지난 1월말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찬성 62.0%)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보수층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52%가 찬성하고 반대는 30%에 그쳤다. 금융투자세 시행에 50.1%가 찬성했던 7개월 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2월말엔 금투세 시행 목소리가 51.1%로 반대(30.6%)보다 월등히 앞섰던 중도층은 지난달말엔 금투세 폐지에 43%가 동의하며 반대 입장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 놨다.
중도확장을 지향하는 민주당은 중도 표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유예’와 ‘폐지’쪽으로 언급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시행’ 의사를 포기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금투세 폐지’에 대한 의견을 전화면접방식으로 물어본 결과 ‘폐지’ 29%, ‘유예’ 27%, ‘예정대로 시행’은 23%로 나왔다. ▶3면으로 이어짐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