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열흘간의 국감’ 유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중이다. 의원실마다 8월 여름휴가를 마친 후 곧바로 ‘300명의 대경연장’인 국감 준비에 들어갔다. 국회의원 회관은 주말 휴일 없이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고 국감시즌에 다가와서는 밤을 새는 것도 다반사였다.
의원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하루에 세 차례정도로 모두 합해봐야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면 휘발성 있는 폭로가 제격이다. 그렇게 전쟁 같은 국감이 끝나면 국회는 그 잔해들로 몸살을 앓을 터다. 보좌진들은 생사여탈권을 쥔 의원의 평가를, 의원은 언론과 유권자의 성적표를 들고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번개에 콩 볶듯 훅 지나가버리는 연례행사에 무용론을 끄집어내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행정부와 산하기관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장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방식’은 어떤가. 올해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위원회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원회의 평균 국감일은 열흘이다. 국감 대상기관은 802개다. 지난해보다 9개가 늘었다. 하루 평균 5~6개 기관이 국감대상이다. 1~2일 치르는 종합감사, 많게는 3일까지 배정된 현장시찰을 빼면 일평균 감사대상 기업이 두자릿수를 넘는 상임위가 수두룩하다.
피감기관에겐 그래서 국감 ‘운’이 중요할 정도다. 주요 관심대상인 피감기관이나 증인과 같은 날에 국감을 ‘받게’ 되면 그 해는 ‘운수대통’이다.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않는 피감기관이 허다하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방식’을 손봐야 한다. 국감은 원래 9월 2일부터 100일간 실시하는 정기국회 때 하는 게 아니다. 국회법은 결산 심의와 의결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감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마치도록 했다. 물론 ‘본회의 의결로 (국감을) 정기회 기간 중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다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예외적인 경우를 염두에 둔 조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젠 주객이 바뀌어 ‘정기국회 중 국감’이 관행화 됐다.
늦은 결산을 마무리하고 10월까지 국감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면 국회의원실은 방전상태에 빠진다. 그때에야 국회의원실은 정기국회에서 핵심으로 다뤄야 할 ‘677조원의 방대한 예산안’과 이와 연결된 예산부수법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하겠다며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한을 9월 2일로 한 달이나 앞당겼지만 바뀐 게 없다.
이런 방식은 부실 국감, 부실 결산, 부실 예산심사로 이어지는 ‘부실 악순환’을 만들 뿐이다.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앞세워 출발한 22대 국회도 ‘부실’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