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열흘간의 국감’ 유감

2024-10-14 13:00:02 게재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중이다. 의원실마다 8월 여름휴가를 마친 후 곧바로 ‘300명의 대경연장’인 국감 준비에 들어갔다. 국회의원 회관은 주말 휴일 없이 밤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고 국감시즌에 다가와서는 밤을 새는 것도 다반사였다.

의원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하루에 세 차례정도로 모두 합해봐야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려면 휘발성 있는 폭로가 제격이다. 그렇게 전쟁 같은 국감이 끝나면 국회는 그 잔해들로 몸살을 앓을 터다. 보좌진들은 생사여탈권을 쥔 의원의 평가를, 의원은 언론과 유권자의 성적표를 들고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번개에 콩 볶듯 훅 지나가버리는 연례행사에 무용론을 끄집어내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행정부와 산하기관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장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방식’은 어떤가. 올해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겸임위원회를 제외한 14개 상임위원회의 평균 국감일은 열흘이다. 국감 대상기관은 802개다. 지난해보다 9개가 늘었다. 하루 평균 5~6개 기관이 국감대상이다. 1~2일 치르는 종합감사, 많게는 3일까지 배정된 현장시찰을 빼면 일평균 감사대상 기업이 두자릿수를 넘는 상임위가 수두룩하다.

피감기관에겐 그래서 국감 ‘운’이 중요할 정도다. 주요 관심대상인 피감기관이나 증인과 같은 날에 국감을 ‘받게’ 되면 그 해는 ‘운수대통’이다. 단 한 번의 질의도 받지 않는 피감기관이 허다하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려면 ‘방식’을 손봐야 한다. 국감은 원래 9월 2일부터 100일간 실시하는 정기국회 때 하는 게 아니다. 국회법은 결산 심의와 의결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감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마치도록 했다. 물론 ‘본회의 의결로 (국감을) 정기회 기간 중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다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예외적인 경우를 염두에 둔 조항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젠 주객이 바뀌어 ‘정기국회 중 국감’이 관행화 됐다.

늦은 결산을 마무리하고 10월까지 국감에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면 국회의원실은 방전상태에 빠진다. 그때에야 국회의원실은 정기국회에서 핵심으로 다뤄야 할 ‘677조원의 방대한 예산안’과 이와 연결된 예산부수법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를 제대로 하겠다며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한을 9월 2일로 한 달이나 앞당겼지만 바뀐 게 없다.

이런 방식은 부실 국감, 부실 결산, 부실 예산심사로 이어지는 ‘부실 악순환’을 만들 뿐이다.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앞세워 출발한 22대 국회도 ‘부실’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