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토박이 후보, 오랫동안 준비…지지율 올라 사표 심리 사라져”

2024-10-14 13:00:02 게재

전남 영광 보선서 진보당 강세 주목

민주당·혁신당 경쟁 속 이득도 “선거 같은 선거”

민주당 긴장 … 막판 기호 효과·표 몰이 등 변수

전남 영광 보궐선거에서 진보당 후보의 선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호남 맹주인 더불어민주당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민주당을 앞섰던 조국혁신당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진보당에서는 ‘지역토박이 후보’로 ‘오랫동안의 지역밀착 선거운동’을 펼친데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투표해 봤자 떨어질 것’이라는 사표심리가 사라지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후보 자질 논란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서울 교남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14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전남 영광 보궐선거와 관련한 4개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후보가 3자 구도로 경쟁중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8~9일 영광군 거주 성인 500명을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36.4%, 진보당 이석하 후보 30.8%, 혁신당 장현 후보 29.8%로 세 후보가 오차범위 안으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7~8일, 507명) 조사에서는 진보당 이 후보 37.4%, 민주당 장 후보 35.0%, 조국혁신당 장 후보 24.0%로 각각 나타났다. 남도일보가 의뢰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7일~8일, 502명)조사에서도 진보당 이 후보 35.0%, 민주당 장 후보 33.4%, 조국혁신당 장 후보 27.4%를 각각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한 달 전(9월10~11일) 여론조사(장 현 30.3%, 장세일 29.8%, 이석하 19.0%)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자동응답방식, 신뢰 수준 95% 표본 오차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2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고 2파전에서 밀려난 후보에 대한 지지자들은 사표심리가 작동해 다른 두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이들이 어디로 이동할지가 선거결과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지후보에 대해 기호순으로 불러줄 경우(리서치뷰)엔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 반면 기호와 상관없이 로테이션방식으로 물을 경우(리얼미터, 여론조사 꽃)엔 진보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호효과를 고려하면 진보당 후보가 이기는 여론조사에 다소 과대평가됐을 수도 있다”며 “또 막판에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의 물량공세가 어느 정도나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보당은 후보경쟁력과 오랜 지역밀착 선거운동을 앞세웠다. 진보당 당원들은 마을 쓰레기 줍기, 고추 따기 등 ‘진보당식 바닥 훑기’ 전략을 이어왔다. 진보당 당원들은 평일에는 100여명, 주말에는 수백여명이 내려가 지역 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북 전주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던 전략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당은 무공천 결정을 내렸고 무소속으로 나온 임정엽 후보는 민주당 무공천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진보당은 후보를 이장 출신, 지역토박이로 냈고 스스로 모친이 치매를 겪고 있어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진보당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역에 밀착해 활동을 해온데다 지도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지역활동을 주력하며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과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지지층에서 그동안 진보당의 부담이었던 ‘사표 우려’가 사라지고 진보당 후보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찍으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투표에 나서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선거같은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맞대결 양상은 양당 후보들의 문제점들을 부각시켰다. 민주당은 자당 소속으로 영광군수 재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장 현 후보가 경선 과정에 반발,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점을 집중 공략했다. 또 장 후보가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영광에는 보증금 없이 2년 임대차 계약을 맺어 거주하고 있는 점도 비판했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는 전과 경력이 걸렸다. 그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900만원을 받았다고 선관위에 신고한 바 있다.

민주당 모 핵심 의원은 “후보 경쟁력이 가장 큰 문제이고 지역관리가 제대로 안 된 점도 문제”라며 “이기긴 이길 것 같은데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선거 초반보다 자신감이 많이 약해진 분위기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정권심판을 들이댈 필요가 없었다. 누가 이기든 정권심판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호남지역에서 하나라도 잃으면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그렇다보니 영광의 결과가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돼 버렸다”고 했다.

박준규·영광 방국진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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