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 8년째 공석, 윤·한 회동으로 도마에

2024-10-23 13:00:11 게재

“구체적인 의혹, 객관적 혐의·단서” 요구

측근 감시 역할 절실 … 위법 상태 방치

8년째 멈춰 있는 특별감찰관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에서 대통령 측근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도입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요구하고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혐의나 의혹을 자세히 알려주면 조치하겠다’ 취지로 답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주문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편으로는 특별감찰관의 역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민주당 지도부 모 의원은 “특별감찰관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민주당의 입장이었다”며 “북한인권재단 등과 연계할 일은 아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가 특별감찰관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다.

한 대표 역시 북한인권재단 이사추천과 별개로 윤 대통령에게 특별감찰관 도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회동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특별감찰관 도입에 대해 “여러 번 대통령이 말했듯이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해야 될 문제고 북한 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동돼 있는 문제다.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는 지난 8월 기자회견에서도 “여야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문제를 연관 짓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해주면 임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내 사안을 쥐고 있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합의나 협의를 전제로 한 특별감찰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배어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요구한 내용의 대부분이 특별감찰관의 임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특검과 검찰 수사라는 건 객관적 혐의와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적 의혹만으로 믿고 싶다고 진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고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누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다 가져와달라”며 “문제 있으면 수사 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에 대해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감찰 대상자의 ‘혐의와 단서’ ‘구체적인 잘못과 행동’ ‘의혹’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당대표가 대통령실에 ‘구체적이고 상세한 의혹이나 혐의를 가져다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여야 합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때 도입된 특별감찰관제는 2016년 9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감찰결과 유출 논란으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사퇴한 후 지금까지 잠을 자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도 ‘불편한 기관’을 외면했다. 특별감찰관법 제8조는 ‘결원된 때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어놨지만 3명의 대통령 모두 위법 상태를 방치해 놨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문재인정부때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했어야 했고 공수처를 앞세워 미뤘지만 실제 공수처와 특별감찰관은 역할이 다르고 중첩되더라도 권력을 감시한다는 차원에서 더 좋은 것 아닌가”라며 “민정수석실 역할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윤 대통령 역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서 권력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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