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ESG·기후위험관리 부실”

2024-10-24 13:00:31 게재

수탁자책임 활동 소극적 이행 … 지속가능보고서 의무화 조속히 확정해야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기후위험 대응,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 커졌다. 하지만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ESG경영과 기후위험 관리 수준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투자자로서 수탁자책임 활동 역시 소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대부분의 자산운용사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ESG 경영과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속가능보고서의 조속한 의무화를 주장했다.

◆회의도 개최하지 않는 ESG위원회 =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운용 규모 상위 30개 자산운용사들의 ESG경영, ESG펀드, 수탁자책임활동을 분석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하며, 금융위가 조속한 지속가능성보고서 의무화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이 발표한 정책보고서는 금융감독원에 자료요구를 통해 각 자산운용사에서 답변한 내용을 기초로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활동 주요 사항 전반을 비교 분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 상위인 29개 자산운용사(DB자산운용 제외)의 운용자산은 전체 운용사 운용자산의 83.19%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ESG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삼성자산운용과 한화, 이지스 등 3 곳에 불과했다. 22개사는 내부위원회로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으며 4곳은 관련 위원회가 없다. 다만 4개사 중 3곳은 부동산 등에 투자하거나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므로 1개사를 제외하면 모두 ESG 위원회를 설치한 상태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만 ESG위원회를 만들고 실제 관련 회의는 개최하지 않은 곳들도 있다. 보고서에 다르면 한국투자신탁, IBK, VI 자산운용은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대신자산운용은 2022년부터, 다올은 2023년부터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실제 ESG위원회가 운용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이들 5개사를 제외한 17개사에 불과한 것이다.

이들의 활동 내용 또한 소극적이었다. 운용사들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국제이니셔티브 가입 현황도 저조하다. 29개 자산운용사들 중 13곳(44.8%)은 아직 가입한 국제이니셔티브가 없으며 1곳만 가입한 자산운용사는 8개사(27.6%)다. 또한 다수의 국제이니셔티브에 가입된 운용사들은 주로 금융지주의 자회사들도 자회사가 독자적으로 가입한 것이 아니라 금융지주가 가입함에 따라 가입된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운용사는 금융위원회가 2021년 1월 제정한 기후리스크 지침서도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지속가능보고서 작성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가 직접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4개사(한화, 이지스, 신한, 하나)에 불과했다. 금융지주 등 모회사가 작성 공시하는 회사는 10개사로 집계됐다.

금융회사에서 중요한 스코프(Scope) 3 등 금융배출량을 측정하는 회사는 2023년 기준으로 4개사(삼성, 신한, 키움투자, 이스트스프링)에 불과했다. 다만 삼성은 모회사가 측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2022년분(2023.10)부터 측정을 시작했으며 2023년 분은 측정예정 상태이며 한화는 측정을 준비하는 중이다. 또한 Scope 3에 대한 감축목표가 있는 곳은 신한과 BNK 2곳뿐으로 신한은 단기 및 장기 목표를 BNK는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밝히고 있으며 두 자산운용사 모두 2050년 10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의원은 “금융위의 기후리스크 지침서가 나온지 3년 이상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운용사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산운용사 차원에서 지속가능보고서의 작성 또한 활발하지 않고 나아가 금융배출량을 측정하거나 감축목표를 가지고 있는 운용사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했지만 관여활동 수행 부진 =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모두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되어 있지만 실제 수탁자책임 활동의 이행은 매우 소극적으로 나타났다. 운용사들은 각 회사당 1.16회의 관여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행됐다. 또 관여활동은 주로 서한발송 및 비공개대화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공개대화, 주주권행사 등 공개적인 방식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가장 많은 회사에 대해 관여활동을 한 운용사는 운용사는 NH아문디, VI, 한화 순이며, 횟수를 기준으로 분석기간 중 200회 이상의 관여활동이 있었던 곳은 NH아문디(278건), 흥국(251건), 한화(247건), VI(231건) 순이며, 100회 이상의 관여활동이 있었던 곳은 하나, 삼성 순이다. 운용규모 상위 회사인 미래에셋, KB, 신한 모두 연평균 관여활동 대상회사와 횟수 모두 10개사(10건) 이하이다. 특히 관여활동이 한 번도 없었던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 IBK, iM에셋, 대신 등 4곳이다.

◆기후리스크관리지침 의무화 필요 = 신장식 의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벨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의 ESG경영 및 수탁자책임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먼저 신 의원은 운용사의 수탁자책임활동 이행에 대한 공시강화 측면에서 수탁자책임활동보고서 발간하도록 하고 국민연금 등은 위탁운용사 선정에 수탁자책임활동에 대한 질적 판단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위가 마련한 기후리스크관리지침을 의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이에 따라 기후위험에 대한 측정, 공시 등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수 운용사들이 선택한 ESG 통합전략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가능성보고서의 의무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금융위가 조속한 지속가능성보고서 의무화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신 의원은 “무엇보다 운용사의 효과적인 관여활동 이행을 위해 주주총회 제도, 소수주주권 등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경기 안양시 동안구갑) 또한 정무위 종합국감에서 금융위원회에 보낸 서면질의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2026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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