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노사정 합의

산업안전보건 노사정 어렵게 합의해 놓고 이행은 ‘저조’

2024-11-01 00:00:00 게재

“정부 의지부족, 경사노위 방관” 사회적 대화 무용론 대두 … “정부, 합의 이행 결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여러 차례 합의했지만 “정부 의지부족, 경사노위 방관”으로 이행이 저조하거나 부실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0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최근 2차례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 관련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 여부와 추진 현황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산업안전보건 노사정 사회적 합의 얼마나 이행되고 있나’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노사를 비롯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간사(경기 김포갑), 국민의힘 김형동 간사(경북 안동·예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이 공동주최했다.

특히 노사와 전문가들 정부가 산재예방에 투자하는 일반회계 예산이 0.1%대에 불과한 사실을 지적하고 중소기업 산재예방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이행 점검을 위해 노사정 협의체 구축을 촉구했다.

노사정이 밝게 웃으며 산업안전보건 분야 관련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이행이 저조하다는 평가다. 2023년 3월 15일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회의에서 참가자들이 합의도출 마치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과 박수를 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경사노위 제공

경사노위는 2020년 4월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하고 △과로사 및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방안 △플랫폼노동 등 서비스부문 신종 유해위험요인 파악과 법·제도 개선 △중소기업 산재예방사업 지원을 위한 정부예산 매년 증액 △산업안전보건행정 전문성 제고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검토 등에 대한 노사정의 일치된 입장을 담았다.

당시 경사노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수근 국제나은병원 특검센터 원장(전 성균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이 합의문 이행 상황을 발제했다.

김 원장은 과로사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방안은 정상적으로 추진됐다고 평가했다. 당시 노사정은 과로사 관련 종합적 개선방안 마련과 세부계획 수립, 실태조사 운영 등을 합의했다. 정부는 택배노동자 과로 실태조사 후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대리운전기사 아파트경비원 등 장시간 노동자가 많은 직종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 행정체계를 개편하자는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행정 구성원의 채용·교육훈련과 경력관리 시스템 구축,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등 조직 개편 검토·추진을 합의했지만 현재도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0년 과로사를, 2023년 중대재해를 주요 의제로 합의했지만 = 또한 경사노위는 2023년 3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채택했다. 2021년 12월 산업안전보건위 출범 이후 첫 합의이고 윤석열정부 들어 경사노위 산하 의제별 위원회가 합의를 도출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노사정은 △기업의 법 준수 환경 조성 △산재예방 사업 효율성 제고 △중대재해 사고원인조사 강화 △안전문화 조성을 위한 노사참여 확대 등 4개 부문에서 합의했다.

당시 공익위원으로 활동한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가 합의에 대한 이행 과제와 성과를 발제를 발표했다.

법령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 기능을 산재보상과 산재예방으로 분리하고 ‘산재예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령 개정 및 제정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최초로 ‘노사 참여형 산재예방 사업’을 시범 실시하기로 했으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사와 협의해 중대재해 사고원인 조사 강화를 위해 조사기능의 체계와 기법 등 관련 대책을 마련키로 했으나 진척이 없다.

이 교수는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노사정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합의내용 중 쟁점사항과 이행 결과 등을 주기적으로 파악·점검하고 노사정 협의 등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산업안전보건 노사정 사회적 합의 얼마나 이행되고 있나’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산재예방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정부의 의지부족과 경사노위의 방관으로 속도를 못내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안전보건 강화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의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를 위한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노사정이 함께 합의한 내용에 대한 성실한 이행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석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사정은 산재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여러 차례 사회적 합의를 이뤘으나 구체적 실천의 부재, 합의에 대한 이행 부실 문제 등 취약점을 드러냈고 이는 사회적 합의 무용론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노사정 합의에 대한 실효적인 이행과 의미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