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 당선, 한국경제 큰 충격 온다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미국 대선이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승부를 좌우하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등 7대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 4년 만에 백악관을 탈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인단 과반 확보를 앞둔 6일 오전 2시30분(미국 동부시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 컨벤션센터에 집결한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통해 대선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를 차지, 트럼프 2기 정책에 더욱 힘을 싣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세계 각국은 향후 미국 정책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트럼프 1기 때 깃발을 올렸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이든정부가 추진했던 동맹중시 기조도 거래중심 관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곳은 우리나라다. 경제와 외교, 남북관계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 또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와 외교, 남북관계 등 전반적 변화 불가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 일관했다. 자국 내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인상, 자유무역협정(FTA) 파기, 불법이민 차단 등의 정책을 펼쳤고, 외교관계도 국익을 내세우며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했다.
트럼프 2기에서는 우선 관세를 전면에 내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부활하고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 때리기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 내 제조업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미국 중심의 경제기조가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기간 중 선거에서 당선되면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동원할 가능성이 커 무역전쟁 발발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경제·안보를 위협할 ‘약탈’로 간주한다. 미국은 지난해에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자리잡은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한국경제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고 상대국이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직접적인 수출 감소와 제3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감소 등으로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국은 또 방위비 인상 압박과 대북문제에 한꺼번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미 대선을 앞두고 협상을 서둘러 2026~2030년 적용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지난달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정권에서 일관해온 대북압박 정책도 변화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에서는 한국을 제치고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코리아패싱’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임기 당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위기가 드리웠던 한반도 위기상황이 완화될지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시나리오별 해법 마련해 대외 불확실성 대비를
트럼프는 대선 기간 강달러에 대한 불만을 꾸준히 제기했다. 달러강세로 미국 제품이 비싸지고 무역적자를 키우고 있다며 대통령 당선 이후 약달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낮게 본다. 트럼프의 주요 경제공약 대부분이 달러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다시 고환율과 고금리의 고통의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2기에서는 세계 동맹질서와 무역질서가 바뀌는 등 많는 변화가 초래할 것이다, 이젠 이런 변화를 기회로 만들 구체적 전략과 정책 옵션이 필요하다.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해법을 마련해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되새기며 트럼프 당선이 초래할 불확실성에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하겠다.
박현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