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 트레이드와 시장리스크
세계 경제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불거질 불확실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대선 이틀 후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면서 거듭 강조한 메시지도 물가의 재상승 우려다. 금리인하 주기인데도 달러강세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달러지수는 9월 말 100.5에서 105까지 치솟았고 10년물 미 국채수익률도 한달 사이 3.65%에서 65bp 정도 올랐다. 최근 기술주 강세도 한 요인이지만 트럼프 2기에 대비한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 영향이 더 크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장불안을 키우는 모양새다.
관세인상·감세·달러약세정책 모두 시장 저항 만만찮아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핵심은 관세인상과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감세다. 달러약세를 유도하려고 금융정책에 개입하는 것도 미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시장의 관심사는 실행가능성이다. 관세장벽은 저가 수입품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방편이지만 수입물가를 압박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쉽다.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촉발하는 연쇄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관세 보복으로 인한 세계 무역량이 2026년까지 4% 감소할 것이란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산이다.
누구나 환영하는 감세정책은 재정적자 요인이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가 10년간 4조6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무디스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달러약세를 유도하려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12월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도 달러강세를 꺾기 힘든 구조다. 달러가치는 미국 경제력뿐 아니라 달러지수를 구성하는 6개국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을 제외한 5개국이 미국과 비슷한 속도로 금리를 내리는 중이다.
달러지수 중 유로화의 가중치는 57.6%다. 달러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로권 경제 사정은 미국보다 나쁘다. 유럽중앙은행(ECB) 자료를 보면 9월 물가(HICP)는 전년 동기보다 1.8% 오르는 데 그쳤다. 목표치 2% 이하로 내려가자 ECB는 물가를 주요관리지표에서 빼기로 한 상태다.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유로권의 올해 1,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각각 0.5%와 0.6%다. 지난해 3, 4분기의 제로성장에 비해 양호하지만 2분기 소비증가율을 보면 0.5%로 1분기의 0.9%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투자도 1분기 -1.0%에서 2분기 -3.0%로 뒷걸음쳤다. 경기를 살려야 하는 ECB로서는 연준보다 더 과감하게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영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2%로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벗어났으나 성장은 하락추세다. 하반기 성장세도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잉글랜드은행 자료를 보면 3, 4분기 경제성장률을 각각 0.4%와 0.2%로 예상 중이다. 앞으로 금리를 가파르게 내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캐나다의 8월 CPI 물가는 2%였고 근원 CPI도 2.4%로 목표치에 접근한 상태다. 하지만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0.6%로 직전 분기보다 0.3%p 하락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1.4%p 마이너스다.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가 6월 이후 3차례에 걸쳐 금리를 75bp 내린 이유다.
달러지수에서 7.8%의 비중을 가진 스위스와 스웨덴도 비슷한 처지다. 스웨덴의 8월 물가는 1.2%로 목표치 2% 이하다. 스웨덴 경제연구원(NIER)에서 발표한 올해 GDP 성장률은 0.7%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5월 이후 3차례에 걸쳐 75bp 인하해 금리를 3.25%로 낮춘 데 이어 연말 추가 인하를 준비 중이다. 스위스도 8월에 1.1%로 하락한 CPI보다 올해 1%로 그칠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1.0%까지 낮춘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지 관심사다. 일본은 달러지수 국가 중 유일하게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는 나라다. 신임 이시바 총리가 경제 목표로 인플레 억제를 제시했을 정도다.
금리인하 주기 얼마나 강달러 유지할지 관심
글로벌 관심사는 금리인하 주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강달러를 유지할지 여부다. 최소한 향후 몇달 사이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금리인하 주기에 강달러를 보인 과거 사례는 4차례나 된다. 강달러는 기축통화를 유지하는데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도 환율을 통화정책의 기조로 삼기로 한 만큼 다양한 변수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