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주도권 회복 노렸는데…내우외환에 당황한 여당
친윤-친한 ‘충돌’ … “대표 사퇴 쓰면 고발” “기사 오독”
이 대표 ‘2연속 유죄’ 확신하다 무죄 나자 “납득 어려워”
윤석열 대통령 담화(지난 7일)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선거법 사건 1심 유죄(지난 15일)를 기점으로 국정 주도권 회복을 노렸던 여권이 △당원 게시판 논란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라는 내우외환을 맞닥뜨리면서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면 국정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대표 “저를 흔들겠다는 의도” = 여권은 25일 내우외환에 동시에 직면하면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에는 집안싸움이 폭발했다.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당원 게시판 글을 놓고 공방을 벌여온 친한과 친윤은 이날 공개회의에서 충돌했다.
친윤 김민전 최고위원은 “당에서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발언할 때 사실관계 좀 확인하고 말씀하면 좋겠다. 그런 고발을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어떻게든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의도 아닌가”라며 친윤의 공세를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근거로 지난 24일 보도된 종편 기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는 국민의힘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당과 한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인사들을 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친한 핵심의원은 26일 “김 최고위원이 기사를 오독했거나, 잘못된 정보를 듣고 그 기사를 제시한 것 같다”며 김 최고위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당원 게시판 글을 둘러싼 친한과 친윤의 충돌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면담을 기점으로 윤-한 갈등이 잠잠해졌다는 관측을 낳았지만, 실제 양측은 잠시 휴전했을 뿐 ‘적대적 감정’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친윤이 끊임없이 자신을 대표직에서 쫓아내려한다고 의심하고, 친윤은 한 대표가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만 매달린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여권의 주도권 회복은커녕 위기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앞뒤 맞지 않는 비상식적 판결” = 여권은 이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1심 판결을 앞두고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이 대표가 선거법에 이어 2연속 유죄를 받으면서 야권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위증교사 1심 판결은 무죄였다. 여권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SNS를 통해 “위증한 사람만 유죄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은 수긍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11월 15일 징역형 유죄 판결을 존중했듯이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은 26일 “법리와 판례를 비춰볼 때 대단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김기현 의원도 “어떻게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비상식적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겨냥했다.
여권에서는 “어차피 이 대표 재판의 반사이익은 크지 않았다. 국정 주도권 회복의 관건은 여권의 쇄신”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담화에서 약속한 쇄신을 속도감 있고 단호하게 실천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애당초 이 대표가 유죄를 받는다고해서 여권의 위기가 전부 해소되는 게 아니었다. 반사이익도 크지 않다. 관건은 우리가 쇄신을 잘 해내느냐다”고 말했다.
친한 당직자는 “저쪽(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 부부) 휴대전화나 바꾸고 있으니, 쇄신은 잘 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쇄신의 곁가지에 불과한 휴대전화 교체나 속도를 낼 뿐 정작 중요한 쇄신 과제는 미적거린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