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 등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14일 구속됐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여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원들을 보내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그는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 이번 계엄 선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전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여 전 사령관은 “군인으로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다”며 “저의 판단, 행위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중이 받아들여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이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함에 따라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여 전 사령관 없이 영장심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이날에도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수사는 이어졌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오전부터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전날 오후 이 전 사령관을 영장에 의해 체포하고 군 구금시설에 수용한 바 있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할 수 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 당시 군병력 투입을 지휘한 이 전 사령관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강제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을 상대로 계엄 당시 수방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경위와 총기 소지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자정께 윤 대통령이 전화해 ‘거기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첩사가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해 수방사 관할 B1벙커에 구금하려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육사 10기수 후배로 논란의 됐던 ‘공관모임’ 멤버이기도 하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경호처장 재직 당시 한남동 공관으로 이 전 사령관, 여 전 사령관, 곽 전 사령관을 불러 모임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특수본은 이날 안무성 특전사 예하 제9공수여단장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인천에 소재한 9공수여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투입됐다. 국방부는 안 여단장이 계엄 당시 병력을 출동시킨 사실을 확인하고 법무부를 통해 출국금지 조치한 바 있다. 검찰은 안 여단장을 상대로 병력을 출동하게 된 경위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김 전 국방 장관도 이날 재차 소환했지만 김 전 장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 출석에 앞서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는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이고, 불법 수사에 조력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내란에 조력하는 것”이라며 “진술 거부 의사를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한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주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