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부로 넘어온 ‘국정 정상화’ … 민주당 주도의 ‘통합‧협치’ 이뤄질까
서열 2위 국회의장, 여야 대표회담 제안 등 적극적 역할 시동
‘비상계엄 공모’ 의혹 한덕수 총리에 ‘권한대행’ 맡길지 주목
민주당, 윤석열표 정책 중지 후 이재명표 정책 추진 가능성
‘탄핵 반대’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관계 회복 쉽지 않을 듯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됨에 따라 절대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예산 입법 인사를 통한 경제 외교안보 등 국정정상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국가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멈춰 서 있는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여야 대표 회담’ 등을 다시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공모자로 지목된 한덕수 총리를 권한대행으로 인정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권 행사는 차단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고도의 정치행위’로 규정하며 탄핵에 반대해온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주당과 협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4일 국회 핵심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미 기존에 제안해 놨던 여야 대표 회담을 다시 제안하며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를 통해 국정공백을 메워가야 할 것”이라며 “우 의장은 이미 국가 서열 2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런 국정공백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회의 해제절라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등 ‘입법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 의장이 탄핵심판 기간에 전면에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실상 여당의 지위를 상실한 국민의힘을 협의 테이블에 끌어오고 민주당의 독주에 대해 완급을 조율하는 등의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민주당, ‘한덕수 권한대행’ 인정하나 = 민주당은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를 사실상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한덕수 총리가 계엄 선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그런 점에서 공조범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여했던 11명을 모두 탄핵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한덕수 총리는 안 되는데 최상목 부총리는 괜찮다는 얘기도 있으나 이 또한 논리적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국무위원들을 탄핵 하다보면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피의자들은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이나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결국 국정운영의 열쇠는 입법부에 완전히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탄핵 전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발표와 관련해 “한덕수 총리는 내란의 즉각적 수사대상”이라며 “내란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후속계엄을 예방해야 하는 당면한 국정과제수행에 결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핵심적 내란가담혐의자에게 내란수습총책을 맡길 수는 없다”며 “국무위원들의 내란가담정도와 계엄찬반여부를 즉각 검증하여 적절한 비상 국정 대리인이 누구인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탄핵이 이뤄지고 내란 공모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한 권한대행 체제가 정무적으로 민주당의 운신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내부 분석도 있다.
◆윤석열표 정책 멈추고 이재명표 정책 시도되나 =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윤석열정부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존의 ‘윤석열표’ 정책들을 중단시키고 민생 등 ‘민주당표’이거나 ‘이재명표’ 정책들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대증원, AI교과서, 대왕고래 원전 등 윤석열정부에서 여론수렴이 부족한 상황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이 재검토되고 우크라이나 지원, 대북전달 살포, 일본과의 관계정립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입법과 인사에서도 권한대행의 역할을 최소화시키면서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법독주에 대해 국민의힘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의 반발이 있겠지만 윤 대통령 탄핵 이전에 비하면 거부권 행사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증액 추경’에서는 지역화폐 등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민생 예산’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교와 관련해서도 민주은 자체적으로 주요국에 특사를 보내는 등 ‘내각제’형태의 국정 운영 역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12.3 윤석열 내란사태 특별대책위를 구성했고 ‘내란상황을 종결시키는 업무’를 시작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위험상황이 일단락되면 당 차원의 주요국 특사파견도 추진하겠다”며 “대통령의 직무정지 전이든 후이든 계엄내란에 가담하지 않은 적정한 정부 당국자들과 협력하며 국정안정과 민생지원을 위해 필요한 신속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협조할까, 민주당 독주할까 = 민주당이 입법 추경 등을 주도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협력, 협치, 통합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친윤’ 원내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민주당 주도의 국정 정상화에 동참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주도의 ‘탄핵안 가결 참여’ 움직임이 탄핵안 통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내부 분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거대양당간 협치나 협력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입법부로 힘의 무게중심이 넘어온 상황에서 절대 다수인 ‘민주당의 시간’이 왔다는 점에서 ‘야당 때의 민주당’과는 다른 ‘책임있는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은 대안인가’를 고민한다”며 “대한민국 공동체의 정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은 대안일까”라고 했다. 이재명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심판 기간 민주당이 보여줄 위기관리 능력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