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62표→12표로…여당발 ‘찬성표’ 왜 급감했나
‘배신자 낙인’ 찍히면 ‘정치적 고난’ … “바른정당 효과”
여론 배치되는 탄핵 반대 “큰 역풍” “보수 궤멸” 우려도
2016년 박근혜 탄핵 표결 당시 집권여당 새누리당 의원 12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은 여유 있게 가결됐다. 하지만 2024년 윤석열 탄핵 표결에서 여당 국민의힘 이탈표는 12표에 그쳤다. 탄핵안을 가까스로 통과됐다. 여당 의원 절대 다수는 왜 윤석열 탄핵에 동의하지 않은 것일까. 윤 대통령이 초래한 내란 사태가 탄핵을 당할만한 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까. 죄의 경중보다는 탄핵 이후 정국에서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계산이 더 많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친윤 관계자는 14일 여당발 이탈표가 2016년보다 급감한 이유에 대해 “바른정당 효과”라고 표현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표결을 앞두고 여당 내 비박(박근혜) 의원들은 탄핵 가결에 앞장섰다. 이들은 탄핵이 가결된 뒤 집단으로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바른정당 바람’은 불지 않았다. 탈당파 상당수가 친정으로 돌아갔다. 바른정당 공천을 받은 유승민 후보는 대선에서 6.76%를 득표하는데 그치면서 낙선했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뒤 탈당으로 새 정치에 도전했던 ‘바른정당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친윤 관계자는 “2017년 찬탄파(탄핵 찬성 의원들)는 박 대통령을 배신하고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하고 창당했지만 결국 그들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며 “그들은 보수층 사이에서 배신자 낙인이 찍히면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찬성으로 인한 배신자 낙인이 두려웠을 뿐 아니라, 당장은 여론의 비판을 듣더라도 버티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에 반대한 윤상현 의원은 동료인 김재섭 의원이 지역구 여론을 의논해오자 “재섭아,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앞장서 반대해서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뒤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다’ (하면서) 그 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고 대답했다고 윤 의원 본인이 유튜브 채널에서 밝혔다. 당장 비판적 여론이 부담스럽더라도 보수 울타리 안에서 버티고 있으면 결국 보수층의 지원사격을 받아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당 의원들의 ‘배신자 낙인’을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은 향후 더 거센 여론의 역풍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탄핵에 반대하면서 ‘배신자 낙인’은 피할 수 있겠지만 탄핵을 강하게 요구했던 여론은 여당 의원들의 ‘선택’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탄핵 표결에 앞서 “(여당이) 지금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집착하면 나중에 보수 진영 전체가 궤멸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저지에 앞장선 장면은 의원들 문제가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의 운명을 나락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