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법, MBK 고려아연 인수 제동거나

2024-12-19 13:00:01 게재

'외국인' 투자 제한 요건 규정 주요 쟁점 부상 … MBK “김병주 회장 의결권 없어”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 조항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국내 법에 근거해 설립된 사모펀드지만 회장과 대표업무집행자 뿐 아니라 주요 주주 상당수가 외국인이며, 이들이 MBK파트너스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만큼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제13조 1항에서는 전략기술보유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해외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2항 4항 5항에는 중앙행정기관 기관장과 협의 후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인수·합병 등에 대해 중지·금지·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법은 외국인이 단독으로 또는 주요 주주나 주요 지분권자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조직변경 또는 신규사업에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회사라고 표기돼 있다(지배회사). 즉 ‘외국인’과 ‘외국인 지배회사’가 함께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는 행위를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기술보호법 역시 국가핵심기술과 이를 보유한 대상기관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관련 11조 2항과 동법 시행령 18조2를 통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유사하게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제한요건을 두고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 모두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모두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해 MBK파트너스가 인수 시도를 이어가면서 외국인 투자 여부가 새롭게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투자은행 업계와 MBK파트너스 법인 등기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또한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이며 최근 MBK파트너스 내부자료에 근거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투심위 위원 가운데 최고 핵심 권리인 ‘비토권’(거부권)을 유일하게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인 김 회장이 사실상 회사 정점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MBK파트너스 대표 업무 집행자 두 명 가운데 한 명 역시 외국인인 부재훈 부회장이다. 대표 업무 집행자는 일반 상장사 대표이사이자 최고경영자(CEO)라고 볼 수 있다. 언론에선 부 부회장이 CEO로서 김 부회장과 함께 투심위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멤버이며 MBK파트너스의 투자 결정 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또 MBK파트너스의 주주로서 외국인인 김병주 회장과 해외 사모펀드인 다이얼캐피털이 약 30%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이며, 외국인 유무를 알 수 없는 잔여 지분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 규제와 승인 등을 넘어 중지 금지 원상회복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의 경우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조항에 대한 법적 문제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며 “주무부서인 산업부 등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합병과 관련해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외국인 현황과 MBK파트너스 세부 지분구조와 지배구조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체는 국내 법인인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라며 “윤종하·김광일 부회장이 각각 24.7%(의결권 기준 29.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세 번째 대주주는 17.4% 지분의 우리사주조합”이라고 밝혔다. 또 “김병주 회장이 17%, 해외 투자자인 다이얼캐피털은 16.2%의 지분이 있으나 단순 재무적 투자자로서 의결권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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