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열차 출발? ‘국무회의 위기론’ 현실화되나
한 권한대행 “여야 타협안 마련해달라” … 쌍특검법 헌법재판관 임명 좌초 위기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가능성 고조 … “기싸움 선 넘었다” 비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무회의에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12.3 내란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비협조와 수사기관 간 혼선으로 장기화되는 와중에 한 권한대행까지 특검법 시간끌기에 가세하면서 혼란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자칫하면 국무회의 자체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법 처리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협력과 국민의 이해 없이 정부 홀로 할 수 있는 일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또 “어떻게 하면 특검 추진과 임명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한치 기울어짐 없이 이뤄졌다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지, 여야가 타협안을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수사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공평하다고 수긍할 수 있는 법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야가 각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내부에 지금보다 한층 심한 불신과 증오가 자라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감히 우원식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우리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해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며 “그것이 제가 오랜 세월 대한민국 공직자로 일하면서 몸소 존경하게 된 한국 정치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의 이같은 입장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들끓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란 수사가 어떻게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면서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겠다는 한 총리 말은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시키겠다는 것 외 달리 해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대행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 내란 잔불을 진압하겠다”고 선언했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만지작거리던 민주당이 ‘한덕수 탄핵 열차’를 출발시키겠다는 뜻을 공개선언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이 국회 151석 이상 찬성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총리 직무 수행 중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면 탄핵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될 경우 일각에서 제기되던 국무회의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일 때 구성된다. 현재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의 공석으로 국무위원 숫자는 15명을 겨우 넘는 16명이다. 국회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박성재 법무부장관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다면 15명으로 내려앉게 된다. 여기서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되면 탄핵 인용 전까지 국무위원 신분은 유지되지만 여전히 국무회의 구성 자체가 위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국무회의 붕괴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국무위원 5명을 더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의결을 못한다”며 “그렇게 되면 지금 올라가 있는 법안들이 자동 발효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무회의의 의사정족수가 11명인데 그 이하까지 내려가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에선 “노 의원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권한대행의 시간끌기, 이에 따른 탄핵 절차 개시와 국무회의 붕괴론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선 국정 수습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한 전직 다선 의원은 23일 “국민들이 지금 국무위원들 숫자까지 세야 할 판”이라면서 “정부도 여야도 기싸움을 그만하고 국정수습을 최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박소원·이명환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