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권영세 낙점
24일 의원총회에서 추인
권 “화합·쇄신 위해 최선”
내란·탄핵 사태란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새 선장으로 5선 권영세 의원을 낙점했다. 권영세 의원은 여당이 당면한 위기를 넘어 수권 정당으로 거듭 나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를 안게 됐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대표 권한대행에게 주어진다.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16일 사퇴한 지 일주일 만에 새 지도부가 꾸려진 것이다.
권 대표 권한대행과 의원들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권성동 겸직 △반탄파(탄핵 반대파) 중진의원 발탁 △찬탄파(탄핵 찬성파) 인사 발탁 △초선의원 발탁 △당 외부 인사 영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권 대표 권한대행과 당내 다수인 반탄파는 이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시나리오로 꼽히는 중진의원 발탁을 선택한 것이다.
권영세 의원은 24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의 화합과 쇄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의원의 각오에서 엿보이듯 권 의원에게는 내란·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내부 갈등이 격화되고 지지율이 추락하는 당을 수습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여당은 반탄파와 찬탄파로 갈라져 ‘심리적 분당’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탄파는 지난 14일 탄핵 표결에서 일부 찬탄파의 ‘이탈표’로 인해 탄핵이 가결됐다며 찬탄파를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 탄핵에 반대한 권영세 의원이지만, 찬탄파를 아우를 리더십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여당은 반탄파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탄핵에 찬성한 여론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한국갤럽 조사(17~19일, 전화면접, 95%신뢰수준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였다. 민주당(48%)의 절반에 머물렀다. 차기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한동훈·홍준표 5%, 오세훈·김문수·유승민 2%, 안철수 1%로, 야권주자인 이재명(37%)에게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이 여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권 의원이 내란·탄핵 사태에 대해 중구난방인 당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 여론을 돌려세울지도 주목된다.
권영세 의원은 박근혜정권과 윤석열정권 출범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19대 총선 당시 당 사무총장을 맡아 공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박근혜정권에서는 주중대사를 지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선배인 권 의원은 2022년 대선에서는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을 진두지휘했다. 대선 당시 건진 법사가 선대위 네트워크본부에 관련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네트워크본부를 해체하는 결단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석열정권에서는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