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에 쏠린 눈…쌍특검법은 거부·헌재 재판관은 임명?
부총리 때도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강한 의지
경제 불확실성 벗으려면 탄핵일정 명확해져야
쌍특검법엔 여당의 ‘법률적 하자’ 논리에 공감
‘국회 추천한 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강제규정
법학과 출신 최 대행, 법리대로 추천할지 주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의 입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내란사태가 장기화할지, 수습국면에 접어들지가 달려있어서다. 그의 정책판단에 따라 내란사태가 빠르게 책임자 처벌의 길로 갈수도, 내란세력에 재준동의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최 대행은 이르면 주 중 국가운명과 직결된 2대 사안을 결심해야 한다.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와 국회 추천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여부다. 쌍특검법은 야당이 단독처리한 내란·김건희 특검법을 말한다. 두 사안 모두 내란사태 조기종식 여부를 결정지을 핵심열쇠다.
◆한덕수 대행과는 다른 선택할까 = 최 대행은 31일 오후 4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쌍특검법 등을 심의·의결한다. 통상 국무회의는 오전에 열리지만 무안 제주항공 참사 대응 등을 고려해 오후로 개최 시간이 조정됐다. 쌍특검법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반대해왔고 최 대행 역시 경제부총리로서 이 판단에 동의해왔다. 이때문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최 대행이 계엄 선포에 적극 반대했다는 점에서 결단을 주목해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쌍특검법 상정과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재의요구안을 상정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무회의 직전까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법의 거부권 시한은 내년 1월 1일까지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정되지 않는다면 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최종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최 대행은 여야 압박에 둘러싸인 모양새다. 쌍특검법과 관련해선 정부·여당이 위헌적이라며 반대해왔다. 특히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3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정도였다.
최 대행이 ‘정통 경제 관료’이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첫 경제수석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경제분야에선 스스로 정책을 결단할 수 있지만, 정무분야에선 임명권자를 배척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 대행이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힌 점을 주목하는 관측도 있다.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자체가 역할을 벗어난 ‘적극적 정책행위’라고 판단할 수도 있어서다. 또 쌍특검법 정쟁이 길어지는 상황 자체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치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정책판단을 기대하는 전망도 있다.
◆헌재 재판관 임명, 분수령 = 최 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결심해야 한다.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해야 하는 ‘행정적 절차’도 남아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최 대행과 면담한 자리에서 두 사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검법 거부권을 포함해 최 권한대행이 두 사안까지 확답을 미룬다면 여론의 화살이 그를 향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덕수 전 대행은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의 공을 국회로 다시 넘겨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행위’라는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 대행이 계엄에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특히 환율 불안 등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국안정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법학과를 졸업한 최 대행이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률적 사고방식) 소유자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법리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수 없다. 헌법 111조 3항은 ‘대통령은 헌재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임명할 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과거사례를 보면 국회 추천 당일 또는 이튿날 임명해와 ‘지체없이 임명’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있다. 국회는 지난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 바 있다.
최 대행이 최근 한덕수 전 대행을 찾아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변수다. 31일자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행 탄핵’을 시사하자 최 부총리가 27일 한 대행을 찾아 “나라와 경제가 어렵다. 불확실성을 빨리 끝내려면 헌법재판관 임명은 하셔야지 않겠나”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 부총리가 한 대행 설득에 나선 것은 그와 가까운 원로들의 조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들의 조언을 들은 그는 한 대행을 찾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라는 입장을 낸 것엔 다 근거가 있을 테니 그 판단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권한대행 체제가 또 탄핵 소추를 당하면 불확실성만 커진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기재부 관계자는 “최 대행은 과거부터 스스로 법리·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묻고 또 물었다. 자신이 납득하지 않는 정책에 대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았다. 리걸마인드가 투철한 분이라고 이해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 앞에서 앞장서 계엄에 반대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면서 “현재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엄중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지도 강하다. 헌법 재판관 임명 등 남은 정책결정도 그런 입장에서 결정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