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령 상향' 개혁 추진…수용성 관건

2025-01-20 13:00:03 게재

대한노인회 제안 수용 본격 논의 … 노동기간 연장, 연금 수급기간과 연동 필요

보건복지부가 올해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추진을 준비한다. 관련해서 연령상향과 더불어 노동기간 연장이나 연금 수급기간과 연동하는 등 사회시스템 변화도 같이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수명연장시대, 노인 연령기준 재설정 = 2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복지부 주요 업무추진 계획으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제시하고 논의를 본격화한다. 노인복지법 등에 따른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보다 높인다는 게 목표다. 복지부는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도래와 활동적인 노령층 등장에 따른 인식변화와 노인단체 의견 등을 반영해 노인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전 의견에는 노인연령을 단계적 조정(65→75세)하고 정년 연장 통한 경제활동에 지속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있었다.

그동안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수차례 추진됐다. 하지만 매번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2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60~65세인 노인 기준 연령을 65~70세로 높이는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9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에 다시 담기면서 주목받았지만 결론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시도가 번번이 시행되지 않으면서 ‘65세가 노인’이라는 기준과 현실 차는 벌어지고 있다. 노인 기준 연령 조정 추진은 우리사회의 △평균 수명 연장 고령화 △사회적 인식 등 최근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다.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면 현재 연령기준으로 복지 혜택을 받는 노인군에 불이익 생길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한 수용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세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 중 가운데 2018년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노인빈곤율은 43.4%이다. OECD 평균 노인빈곤율(13.1%)의 세 배 수준이다. 그리고 고령층일수록 저임금이 조성되는 노동시장환경은 노인의 빈곤 탈출을 막는 주요 장애물이 된다.

노인 일자리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정년 연장이 꼽힌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이유로 기업들은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늦춰져 소득 공백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만 62세로 2033년부터 만 65세로 늦춰진다.

◆사회안전망 확충이 선결과제 = 평균 수명 연장, 노인 빈곤 문제, 정년 연장 등 노인 연령 상향을 둘러싼 고차 방정식은 단순히 ‘복지 문제’로만 봐서는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 연령 상향은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교육 시스템 개선 등 전 사회 영역과 관련이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해 기대할 수 있는 재정 절감분을 ‘복지 확대’가 아닌 ‘초고령 사회 전환’을 위한 마중물로 재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줄어든 혜택을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정년 연장을 유도해 노인 일자리 질을 높이고 연금 개혁 등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할 경우 2023~2024년 기준 연평균 기초연금 지출 절감분은 약 6조5000억여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자리·사회활동지원 지출까지 포함하면 연간 7조원 정도의 재정 절감이 이뤄진다. 올해 노인 관련 예산 27조4913억원)의 23% 수준이다. 최근 역대급 세수 펑크와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초고령 사회 전환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재정 지출을 줄이고 절감분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초고령 사회 논의가 복지 확장으로만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노인 연령 상향은 정년 연장, 재교육 시스템 마련 등 기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