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한해 3천건…올해 더 늘린다
불법 사채업자 SNS 아이디만 알아도 신청 가능
우수대부업자 지원 확대, 대출한도 규제완화 검토
정부가 불법사금융 피해자들의 무료 법률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신청 요건을 완화기로 했다. 경기 불황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들이 대부업체에서도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면서 불법사금융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3일 법률구조공단 서울 개인회생·파산 종합지원센터에서 ‘불법사금융 근절과 건전 대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채무자대리인 지원사업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는 불법사금융업자 등으로부터 불법 추심 피해(우려)가 있거나 법정 최고금리(연 20%) 초과 대출을 받은 서민·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법률서비스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불법사금융업자의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SNS 아이디(ID)만 알고 있더라도 채무자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전화번호가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했지만 SNS 등을 통한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면서 신청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이와함께 채무자대리인 신청 창구를 기존 금융감독원과 법률구조공단에서 서민금융진흥원, 법률구조서비스 플랫폼(법무부)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채무자대리인 전담인력을 확대해 이용의 편의성과 신속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채무자대리인제도 이용 건수는 최근 4년간 매년 3000건 이상이다. 2020년 919건에서 2021년 4841건으로 급증했고, 2022년 4510건, 2023년 3249건, 지난해 3096건을 기록했다. 한때 지원예산이 부족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예산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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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시행 중인 채무자대리인 제도, 무효화 소송 등의 피해구제 지원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0월까지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2398건으로 전년 동기(1만1278건) 대비 9.9% 증가했다. 2020년 1~10월까지 접수된 6615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피해 상담·신고 사례가 모두 채무자대리인 신청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피해 신고에 비해 채무자대리인 신청은 적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채무자대리인 지원 제도를 ‘모르고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홍보 등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금융당국은 내달 대부시장에서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위한 ‘서민금융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서민·취약계층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 등 우수대부업자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대부업자는 신용평점 하위 10%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잔액 1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선정되며, 이들에 대해 은행 차입 등이 허용된다. 은행 차입을 통해 조달금리를 낮아지면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확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부업체를 상대로 한 자금 공급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실제 은행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원활히 이뤄지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향해 여러 차례 “선입견을 갖지 말고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자금 공급을 진행했고, 올해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우수대부업자에 한해 대출 총한도를 확대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부업체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10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어서 대출 한도가 제한적이다. 우수대부업자는 총자산한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우수대부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여러 인센티브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